초복은 24절기가 아니다.
24절기 중에 초복, 중복, 말복은 없다. 물론 명절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니다. 그럼 무엇인가?
초복은 '오랜 관습에 따라 해마다 일정하게 지켜 즐기는 날'인 잡절(雜節)이다.
삼복(三伏)은 양력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들어가는 가장 무더운 때를 일컫는 말로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이라 하고, 네 번째 경일을 중복(中伏)이라 한다. 그런데 말복은 입추 후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한다.
‘경일(庚日)’이란, 날의 간지 앞부분에 십간 중 '경(庚)' 자가 들어가는 날을 말하며, 일진이 경오(庚午), 경진(庚辰), 경인(庚寅), 경자(庚子), 경술(庚戌), 경신(庚申) 날이 이에 해당한다.
복날을 지키는 풍습이 처음 기록된 것은 기원전 2세기 중국 한나라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다. 조선 정조,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사기>를 인용한 글이 있는데 기원전 679년 중국 진(秦)나라 덕공(德公) 시대에 복날을 맞아 복사사(伏祠社)를 만들고 개를 잡아 해충의 피해를 막는 제사를 올린 데에서 복날이 유래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복날 풍습은 이미 기원전 7세기 무렵부터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복날의 ‘복(伏)’은 여름철의 더운 기운에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것을 상형한 것으로, 복날은 십간 가운데에서 계절로는 가을을, 오행으로는 ‘금(金)’을 뜻하는 ‘경(庚)’일을 택하여, 하지 이후 달아오르는 무더위를 극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 후 3번째 경일인 초복에서 네번째 경일인 중복은 10일 간격이 되며, 중복에서 입추 후 첫번째 경일까지는 10일 또는 20일 간격이 된다. 초복에서 말복까지 20일 만에 삼복이 들면 매번 복날이 이어졌다고 하여 ‘매복(每伏)’이라고 한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를 기준으로 하지만,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하지를 기준으로 할 때 5번째 경일은 건너뛰고 6번째 경일에 말복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중복에서 말복까지 20일 간격이 되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금년에는 이 ‘월복(越伏)’에 해당된다.

복날에 먹었던 대표적인 음식들
삼복 기간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오는데 한반도의 기후를 볼 때 1년 중 날씨가 가장 더운 때가 바로 이 시점이다. "삼복더위"라는 말이 이 시점에 사용되는 것은 이 시기의 날씨가 덥기 때문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각급 보육·교육기관은 이 시기에 거의 여름방학을 실시하며 직장인들의 여름휴가도 이 시점에 몰린다. 이 시기에는 낮 기온이 33도 이상 치솟는 폭염 현상이 거의 매일 일어나며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상 오르는 열대야 현상도 이 시기에 주로 나타난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기에 더위와의 싸움을 한다. 사실 싸움을 피하는 것이다. 피서(避暑)라는 말이 맞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진(秦) 덕공(德公) 2년(기원전 676년)에 처음으로 복날을 만들어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고 한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복(伏)날이 사람인변(人)에 개 견(犬) 자가 합성되었으므로 복날에는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고도 한다.
복날 무렵에는 열기가 폭염이 내리쬐는 기간 중에서도 더위가 심히 강하기 때문에 활동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농번기인 만큼 아무리 일 나가기 힘들어도 일은 해야 한다. 그래서 체력 보충을 위해 고칼로리 영양식을 섭취할 필요가 있었는데, 주로 선호한 것이 고기 요리, 그것도 수분 보충용으로 물기가 있고 열기를 돋게 하는 부재료를 이용한 국물 고기 요리를 주로 섭취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삼계탕을 가장 많이 먹게 되었다.

복날에 가장 많이 먹는 삼계탕
복날에 대표적으로 먹는 것은 보신탕이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복날에는 단체로 보신탕집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며, 보신탕을 먹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삼계탕을 먹었다. 이 외에 육개장, 민어, 장어, 추어탕, 설렁탕, 용봉탕, 전복죽, 흑염소, 메기매운탕 등의 각종 보양식을 먹었다. 또한 팥죽을 먹기도 하는데 귀신을 물리치고 더위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통적으로 먹던 복날 보양식은 대부분 이열치열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육류를 풍성하게 섭취하기 힘들었던 옛날에는 증편, 주악, 백설기를 별식으로 해 먹기도 했다.
물론 냉방 시설이 좋아지고 영양소를 특별한 음식으로 보충해야 할 필요가 없는 풍족한 현대 사회에선 복날에 꼭 복날 음식을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 상기 문서에 서술되어 있듯이 복날은 과거 시절 영양 섭취가 풍요롭지 못하던 시절에 더운 날에 지치지 않고 기력을 보충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복날이다. 요즘처럼 굳이 복날이 아니더라도 항시 단백질과 영양분을 섭취하기 쉬운 만큼 반드시 찾아 먹을 필요는 없다.
오늘날, 젊은 층이나 일부 기성세대의 경우 기력 보충한다고 더운 날에 굳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뜨거운 걸 먹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냉면, 콩국수 같은 시원한 음식을 찾는 사람도 많다.
삼계탕 대신 찜닭, 불닭, 닭갈비, 닭볶음탕, 치킨 등 닭고기 요리를 먹는 것으로 변화하기도 했다.
개고기를 재료로 사용하는 보신탕은 시대적 풍류에 밀려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을 예방한다고 하여 팥죽을 쑤어 먹기도 한다. 육개장은 개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쇠고기와 대파, 토란대로 개장과 같은 맛을 낸 음식이다. 이와 같은 복날 음식을 ‘복달임’이라고 한다.
전라도에서는 밀전병이나 수박을 먹으며, 충청도에서는 복날 새벽 일찍 우물물을 길어다 먹으며 복을 빌었다. 또 해안지방에서는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한다. 복날에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고 하여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 지금도 복날에는 삼계탕이나 추어탕, 장어와 같은 보양식으로 더위를 이겨내려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복날에는 몸을 보신할 수 있는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두어야 한다
금년의 삼복 더위
1. 초복 (7월 15일 월요일)
초복은 삼복 중 첫 번째 날로,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2024년의 초복은 7월 15일 월요일이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어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2. 중복 (7월 25일 목요일)
중복은 초복과 말복 사이에 있는 두 번째 복날로, 더위가 가장 절정에 이르는 시기다. 2024년의 중복은 7월 25일 목요일이다. 중복에는 초복에 먹었던 몸에 좋은 보양식을 다시 한번 더 먹으면서 몸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특히 중복에는 삼계탕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 외에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많은 음식들을 즐긴다. 중복에 먹는 음식들은 더위를 이기고 체력을 유지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3. 말복 (8월 14일 수요일)
말복은 삼복 중 마지막 날로, 여름의 더위가 서서히 끝나가는 시기다. 2024년의 말복은 8월 14일 수요일이다. 말복에는 여전히 더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보양식을 통해 마지막 더위를 이겨내려는 노력을 한다. 삼계탕, 전복죽, 육개장은 인기 있는 보양식이다. 말복 이후에는 가을이 가까워짐을 느끼며, 더위로 인한 피로를 풀고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는 기간이 된다.
오늘이 초복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맹더위가 시작된다.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몸을 보신하고 더위를 피해 도망가지 말고 체력을 길러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는 가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