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은 지구 종말을 다룬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 ‘2020년’에서처럼 지구의 대폭발로 인한 종말이 오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햇던 전염병으로 인한 전 지구적인 팬데믹으로 종말론적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는 한 해였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이 세계가 얼마나 불안정한 곳인지 새삼 깨닫고,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새 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숙연하다. 거창한 계획이나 들뜬 희망보다는 ‘오늘 지구의 종말이 온다할 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어느 철학자의 독백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임을 생각한다.
새해가 되면 너너할 것 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2021년에는 무너진 일상이 다시 회복되어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공통적인 새해의 ‘복’이 아닐까 싶다.
아침이면 일어나 나가서 일할 직장이 있음이 복이다. 아침에 헤어진 가족들이 저녁이면 한상에 둘러 앉아 먹는 평범한 식탁이 복이다.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형제가 일 년에 한 두 번이라도 모여 마음껏 회포를 풀 수 있음이 복이다. 결혼식과 장례식에 자유롭게 갈 수 있음이 복이다. 주말이면 밖으로 나가 자연을 벗 삼아 한 주간에 쌓인 피로를 풀 수 있음이 복이다. 가끔은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여행 가방을 꾸려 먼 도시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새해의 복’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새 해 약속은 이렇게’라는 시가 불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평안으로 다가온다.
새해의 약속은 이렇게
이해인(수녀)
또 한해를 맞이하는 희망으로
새해의 약속은 이렇게 시작될 것입니다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감사하자‘
안팎으로 힘든일이 많아
웃기 힘든 날들이지만
내가 먼저 웃을 수 있도록
웃는 연습부터 해야겠어요
우울하고 시무룩한 표정을 한 이들에게도
환한 웃음꽃을 피울 수 있도록
아침부터 밝은 마음 지니도록 애쓰겠습니다
때때로 성격과 견해 차이로
쉽게 친해지지 않는 이들에게
사소한 오해로 사이가 서먹해진 벗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하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
우두커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는 노력의 열매가 사랑이니까요
상대가 나에게 해주기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다가가서 해주는
겸손한 용기가 사랑임을 믿으니까요
차 한잔으로, 좋은 책으로, 대화로
내가 먼저 마음 문을 연다면
나를 피햇던 이들조차 벗이 될 것입니다.
습관적인 불평의 말이 나오려 할 땐
의식적으로 고마운 일부터 챙겨보는
성실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평범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어주는
소중한 밑거름이니까요
감사는 나를 살게하는 힘
감사를 많이 할수록
행복도 커진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
그동안 감사를 소홀히 했습니다
해 아래 사는 이의 기쁨으로
다시 새해를 맞으로 새롭게 다짐합니다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감사하자
그러면 나의 삷은
평범하지만 진주처럼 영롱한
한 편의 시(詩)가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