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시詩 선

작성일 : 2021-01-14 14:03 수정일 : 2021-01-14 15:46 작성자 : 김진표 기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

 

 

쥐치 / 최승호

 

연탄불에 굽는 쥐포들이 꿈지럭거린다

쥐포는 딱딱하고

방부제를 잔뜩 발라놓았고

콧구멍도 없다

주둥이도 없고 혀도 없고

귀도 없다 눈도 없다 지느러미조차 없다

쥐치포는 쥐포일까

혹시 쥐고기를 얇게 썰어 붙인 게 아닐까

쥐치포를 보면서

집단적으로 벌거벗겨진 쥐치들을 생각한다

벌거벗은 채

철조망 속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주둥이가 뾰로통한 아프리카 포로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개성이 없다

방패도 없다 발언권도 없다 칼도 없다

포로들은 엄중한 감시 속에

눈치나 보면서 앉아 있는

궁둥이를 고작 걸레로 가린 자들이다

쥐치포를 보면서

주둥이가 뾰로통한 쥐치들을 생각한다

불행의 포로

불행의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는

이름 없는 숱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최승호 <대설주의보> 민음사, 1983, p.64~65

 

시인의 약력

1977년 시 〈비발디〉로 《현대시학》지의 추천을 받아 시단에 데뷔했다. 1982년 제6회 「오늘의 작가상」, 1986년 제5회 「김수영문학상」, 1990년 제2회 「이산문학상」, 2000년 제8회 「대산문학상」, 2001년 제47회 「현대문학상」, 2003년 제3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시 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위키백과 참조>

1983년에 발간된 시집에 수록된 한 시이다.

시인은 연탄불에 놓여 있는 쥐포를 투영하여 결국 이름 없는 포로까지 보게 된다. 

사물의 이면을 보는 시인의 눈으로 독자들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 무엇가에 빗대어 얘기를 하게 되면 공감이 형성된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거기서 그치지만 비유나 은유를 사용하면 상상하게 되고 개개인에 따라 확장되는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왜 쥐포였을까? 납작하게 눌려 형체조차 찾을 수 없는 모습.

‘콧구멍도 없다

주둥이도 없고 혀도 없고

귀도 없다 눈도 없다 지느러미조차 없다

쥐치포는 쥐포일까‘

수많은 사물이 있지만 이름 모를 숱한 희생자들이 받는 억압과 고통을 표현하기에 쥐포만큼이나 적절한 시어가 있었을까?

사회가 형성된 이래, 고대부터 노예와 포로들이 있었고 현재는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 또 다른 이름의 노예와 포로들은 존재한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같은 동네에서조차 개개인의 옳고 그름에 차이가 있다.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느 곳에서나 숱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고통이 있고 부조리가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어느 단체나 모임이든지 말이다.

단순히 제3국가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이 한 편의 시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시라는 것이, 짧지만 강렬하고 깊은 여운을 주는, 한 개인을 일깨워주는 것이 될 수 있다 라는 점이다.

요즘 같이 시라는 장르가 소외되는 시대는 없을 것이다. 갈수록 발전하는 미디어들에 눈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어려운 시집 한 권을 사보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일수록 마음에 여유를 갖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 한 권을 읽는 것은 어떨까?

김진표 기자 jpg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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