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식]  125편의 시에 풀이말을 붙인 『라일락의 향기』

김계식 시집 35. 단시집

작성일 : 2024-09-19 10:11 수정일 : 2024-09-20 13:33 작성자 : 이용만 기자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던 국어 선생님이 퇴직한 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어느새 서른다섯 번째 시집을 낸 사람이 있다.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9월 초순에 시집, 라일락의 향기를 출간한 김계식 시인이다.

 

라일락의 향기는 시만 읽으면 안 된다. 더불어 아래에 쓰여 있는 <풀이>를 함께 보아야 한다.

라일락의 향기에 실린 시 125편이 모두 시를 이해하기 위한 <풀이>가 첨부되어 있다. 작가 자신은 시작 노트라기보다 세대 차이가 나는 후배들에게 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풀이>라고 한다.

 

 김계식 시인의 서른다섯 번째 시집 라일락의 향기 

 

예를 들면 52쪽에 황태포시가 있다.

 

황태포

 

시베리아 툰드라를 어깨에 걸치고

먼 남쪽 태평양을 향해 줄달음치다가

 

작은 유혹과 아까운 목숨 맞바꾸고

진부령 덕장에 몸부린

명태의 변신

 

 

명천(明川)에 사는 태()서방이 처음 잡았다하여 붙여진 이름 명태(明太).

어느 사물보다도 수많은 별칭을 가지고 있으니, 철에 따라 춘태/ 하태/ 추태/동태, 잡는 방법에 따라 망태/ 조태/ 원양태/ 강태, 말리고 얼림에 따라 생태/ 동태/ 건태/ 코다리/ 황태/ 먹태/ 백태/ 깡태, 그 외에도 골태/ 파태/ 진태/ 노가리/ 금태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아마 그중의 으뜸 이유는 비리지 않다는 점과 값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점이지 싶다.”

 

요즘 젊은 사람 중에 황태포와 명태의 관계를 잘 모를까 싶어 명태의 변신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해 둔 것이다.

 

김계식 시인은 본인은 한 사람이지만 결코 한 사람이 아니다. 그야말로 더불어 살아가는 다수인이다.

그는 하루의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긴다.

새벽에 일어나 시를 한 편 쓴다. 매일매일 일기 쓰듯이 시를 쓴다. 그 시들을 모은 것이 벌써 시집으로 35권이 되었다. 이번에 낸 라일락의 향기125편을 실었으니 종잡아 지금까지 3,000여 편이 넘는 시를 발표했다고 보아진다.

그리고 그날 하루 일과를 꼼꼼하게 기록한다. 누가 방문을 했으며 그는 몇 번째 방문객인지 기록한다. 누군가가 책을 보내오면 누가 어떤 책을 보내왔는지 기록한다. 그리고 그 책을 도서관에서 책을 진열하듯이 진열하여 보관한다. 모임이 있는 날은 언제 어디에서 모였고 참석자가 누구인지 기록해 둔다. 행여 회장이나 총무가 참석자가 궁금하면 그에게 물으면 틀림없다.

 

그는 저서를 보낼 때 정성을 다하여 보낸다.

받는 사람과 날짜와 주는 사람의 이름을 정성껏 써서 준다. 그리고 영주(瀛州))라는 호와 김계식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인장을 반듯하게 찍어 보낸다. 책을 받는 순간 정성이 가득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책은 아무 데나 둘 수 없는 귀한 책이다.

 

 김계식 시인은 책을 보낼 때 정성을 들여 바른 글씨로 서명을 하여 보낸다.

 

김계식 시인은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른 글씨로 필사하여 책으로 엮은 교회 장로님이시다. 초창기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기록할 때 이만한 정성을 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육필시집도 3권을 내었고 시선집도 3권을 출간하였다. 이번에 단시집을 낸 것도 그동안 단시집으로 낸 것이 2권이어서 3권으로 짝을 채우려 내었다고 한다.

 

김계식 시인은 서울문리사범대학 국어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국어 선생님을 했던 사람이다.

전라북도교육청 전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지내고 퇴직한 후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어느새 서른다섯 권의 시집을 내었다.

 

그는 시를 일상의 생각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쓰며 시가 자신의 인생 역사요 기도요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는 시가 있다.

 

 

발아(發芽)

 

혼자 눈 뜨고 있는

새벽 4시의 두터운 어둠을 째고

자박자박 걸어들어오는

송광사 범종소리...

 

그는 송광사가 있는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에 살면서 범종소리가 들리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생활을 시작하는 새벽형 인간이다.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단장하고 기도하면서 일기를 쓰듯이 시를 쓰는 사람이다.

그는 시를 쓸 때에 현란한 언어의 나열이 아닌 생활 속의 일상을 중시한다. 생활 속에서 주제를 찾고 소재를 찾아 시를 쓴다.

전주시내 서문교회 근방 도로변 버스정류장에 그의 시 새벽시장 시화판이 걸려 있다.  

 

 

 전주 시내에 설치된 자신의 시화판 옆에 서 있는 김계식 시인

 

어느새 팔십 중반에 들어섰지만 정정하다. 이번에 35호 시집을 냈는데 100호 시집을 낼 거라 한다.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소망이다.

 

김계식 시인은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환영한다.

그의 집은 여느 집과는 다르다. 송광초등학교 정원이 자기 정원인양 학교 울타리 옆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한다. 그의 집은 그대로 도서관이요, 박물관이다. 거기 그의 성격대로 꼼꼼하고 치밀하게 자기의 흔적을 정리해 놓았다. 그대로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 책을 보내면 도서관에 책이 보관되듯이 소중하게 보관된다.

 

그는 염색을 하지 않은 하얀 머리에 얼굴이 환하고 밝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의 소유자다. 그가 얼굴을 찡그리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근심 걱정이 없어 보인다. 세상을 잘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거기에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부지런함과 두터운 신앙심과 매일 시를 쓰는 창조의 신선한 기운이 함께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사람을 반기고 즐거워하는 인덕도 한 몫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100호 시집이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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