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 공원 도당산의 봄
도당산은 전주의 동쪽 전주역 앞에 도독하게 엎드려 있는 산이다. 전주시에서는 인후 공원으로 지정을 하여 공원으로서의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갖추어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다.
인후공원 도당산에 봄이 왔다. 도당산의 봄은 남쪽 유일여고 교정으로부터 온다. 3월이 되어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에 울타리 너머 올망졸망 모여 있는 텃밭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쑥과 냉이와 씀바귀가 고개를 든 것이다. 이에 놀란 밭둑의 매화가 성급히 꽃을 피웠고 봄기운은 산줄기를 타고 온 산으로 번진다.
이때쯤이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는다. 산 아래만 뱅뱅 도는 사람들이 있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그다지 높지 않으니 산 정상을 향하여 걸어볼 일이다. 정상에는 ‘기린정(麒麟亭)’이라는 이 근방에서는 가장 넓다는 정자가 있다.
정자 위에 오르면 멀리 진안의 운장산과 연석산이 겹쳐 보이고 봉동과 고산이 환하게 트여있다. 전에는 이 정자에 이강변 선생님이 여러 시인들의 시를 적은 액자를 빙 둘러 붙여 놓았는데 그분이 돌아가시자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자를 지나 산길을 내려가면 정수장이 나온다. 정수장 둘레를 트랙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경기장의 400m 트랙은 될 만큼 크다. 봄이 되어서인지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걷는 사람도 있고 혼자서 도는 사람도 있다.

둘레에는 매화가 꽃을 피워 환하게 웃고 있다. 매화를 내려다보고 있는 목련꽃도 슬며시 눈을 뜨려 한다. 정수장 가운데 풀밭에는 각종 풀이 파랗게 싹이 돋아 있고 더러는 까치들도 내려와 놀고 있다. 정수장을 몇 바퀴 돌고 나서 북쪽으로 난 작은 산길을 따라가면 길이 끊기고 절벽에 이른다.
여기가 전주역 앞 절개지다. 역 앞 광장이 환히 보이고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결 밝고 가볍다. 봄을 전하러 온 사람 같다. 전에 신석정 시인이 살아 있을 때에는 이때쯤이면 전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여수에 가서 동백꽃을 보고 왔다고 했다.
가던 길을 다시 오다가 아랫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작은 과수원이 나오고 복숭아꽃이 방긋방긋 입을 열려고 준비하고 있다. 활짝 핀 꽃에 못지않게 예쁘고 신비하다.
다시 정수장을 돌아 서쪽 북일초등학교 옆에 이르면 체육 기구가 여러 개 놓여 있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운동을 한다. 이곳에서 좀 시간을 끌면 전부터 인후공원을 단골로 찾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건장한 사람도 있고 요 몇 년 동안 안 보이는 사람도 있다. 필시 세상을 떠났거나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 나도 언젠가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서글프다. 사는 날까지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걷고 있는 발에 힘을 준다.
이곳에서 북쪽 비탈에 우거진 편백나무 숲속으로 들어가 피톤치드를 깊이 들이마시면서 허파를 서늘하게 해놓고 나오면 몸이 한결 깨끗해지고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산을 내려 올 때는 오던 길을 피하여 다른 길을 택한다. 인후 공원 도당산은 길이 많아 얼마든지 마음에 맞는 길을 선택할 수가 있다.
인후 공원 도당산의 봄이 깊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개나리와 벚꽃이 피면 산이 환해질 것이다. 매일 산에 올라 봄기운을 묻혀다 놓으면 우리 집도 봄기운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때는 나도 새 기운을 얻어 열 살은 젊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