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글을 쓴 이광임 작가의 첫 작품집
고희를 넘긴 사람이 첫 작품집을 냈다.
그동안 틈틈이 써온 시와 수필을 묶어 『풀잎의 노래』로 책을 내고 자신의 호를 풀잎이라 했다.
그는 몸이 성치 않은 사람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다. 한창 청년이었을 나이인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뇌경색을 만나 이후로 불편한 몸으로 세상을 살아왔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중의 하나가 글을 쓸 수 있어서라고 한다.

이광임 작가의 첫 작품집 『풀잎의 노래』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있는 양지노인복지관에서였다. 그때 양지복지관에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르신 글쓰기 반” 강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가 문예반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것이다.
그는 글쓰기를 배우고 글을 쓰는데 대단한 열정을 보였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글을 풀어 나갔다.
그때에 수강 중에도 수시로 몸을 쑤시는 통증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수강 중 가끔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있었지만 그것이 몸을 급습하는 고통 때문이라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런 고통 속에서 그는 글쓰기를 배우고 글을 쓰는데 열중했던 것이다.
양지복지관 문예 강좌가 끝나고 전북문학관에서 시낭송 강좌가 열릴 때에도 그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지팡이를 짚었으나 얼마 후 지팡이를 버렸다. 몸이 좋아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강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참고 견디기로 마음먹고 지팡이를 버렸다고 했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그가 써내는 글은 순수하기 그지없었다. 그에게는 세상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그대로 글 속에 스며들어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가 처음으로 낸 작품집 『풀잎의 노래』는 시와 수필을 한데 묶었다.
시 24편과 수필 23편을 실었는데 거기에 작가의 말과 가족이 전하는 말을 맺음글로 실었다.
그가 첫 작품집을 내자 동생들과 조카들이 모여 작지만 화려한 출판기념회를 마련해 주었단다. 그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큰소리치는 이유 가운데 이들이 있다. 그를 위해주는 사람들과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그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다.

동생들과 조카들의 가족들이 마련해준 출판기념회
이광임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말속에 모든 것들이 다 들어 있다. 남이 볼 때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 조건을 행복한 조건으로 만들어 놓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겪었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풀잎의 노래』에는 특이하게 맺음글이 있다. 가족이 전하는 말이다. 거기에는 언니 향임과 동생 재균과 이수의 말이 실려 있다. 이들이 작가에게 전해주는 말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요즘 세상에서 보기 드문 형제애의 발로다.
그의 작품 가운데 「시에게」가 있다.
“오라해서 오는 너/ 아니고/ 가라해서 가는 너/ 아니기에/ 오늘도 하염없이/ 너를 기다린다// 애절한 내 그리움/ 어쩌지 못해/ 안으로 안으로만/ 숨죽인 내 사랑이여”
그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애절한 마음을 담은 시다.
그는 『풀잎의 노래』 1부 시부문에서 예쁜 시집을 만들었다. 시마다 예쁜 꽃 그림을 넣어 아름다운 시의 꽃동산을 만들었다. 한 권으로 묶었지만 '따로 시집'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예쁜 꽃동산으로 꾸민 『풀잎의 노래』 가운데 시 부문
‘비가 내린다. 내 눈물 같은 비가 내린다.’
그의 수필 첫 번째로 나오는 「아카시아꽃 향기」는 가슴을 저미게 한다.
첫 구절부터 슬프다. 그는 첫아기를 젖 한 번 물려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보냈다. 그 아이를 아카시아꽃이 피어 있는 꽃 숲에 잘 묻어주었노라는 어머니의 말만 믿고 몸이 아파 그곳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곳은 얼마 후에 택지개발이 되어 파헤쳐지고 회색빛 콘크리트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것을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할까.
“아이는 울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그의 수필 「병상 일기」에는 그가 아픈 몸을 이끌고 글공부하던 때의 일이 실려 있다. 그가 첫 작품집을 내기까지의 노고를 알 수 있는 글이다.
『풀잎의 노래』에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우리 금분이 고모, 나의 첫사랑과 순이의 연가, 그립습니다 선생님, 사랑꽃 송이송이 피워보고 싶습니다, 행복이라 이름하는 날들, 추억 속의 성지산 공원, 그리고 나는 행복한 사람」 등의 스물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
하나같이 세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글이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평안과 위로를 주는 글이다.
마음의 건강을 주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