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한옥 숙박 체험 후 가을 아침 산사의 고즈넉한 정취에 반하다
간만에 서울 나들이를 계획하고 일박 할 곳을 찾다가 매연 가득한 도심을 떠나 한적하고 공기 맑은 곳에 있는 은평 한옥마을에 숙소를 예약했다. 늦은 시간 까지 지인들과 만남을 갖고 밤 열시가 넘어서야 숙박 예약한 은평한옥마을‘ 사임당 귀한 그대’에 도착했다. 이름처럼 단아한 품격 느껴지는 이층으로 된 한옥이다.
이튿날 아침 방에서 마당을 향해 난 문을 열고 보이는 방문 밖 마당 풍경이 예쁘다. 툇마루에 나와 보니 대문 너머 기와 지붕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이는 눈이 시리게 파란 가을 하늘이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2인 기준의 일층 객실은 방 크기가 아담 하지만 굵직한 통나무 서까래가 보이는 천정이 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고 무엇보다 침대가 있어서 좋다. 커튼이랑 이불 등이 프랑스제 프로방스풍의 제품들인데 흰 색의 무명천과 비슷해서 한옥과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벽면에 있는 붙박이장도 한옥 느낌을 살려 가운데 격자무늬 문양이 들어간 나무장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화장실은 건식이라 쾌적하고 깨끗하다. 세면도구랑 샴푸 등 다 구비되어 있는데 치약 칫솔은 없어서 개인이 준비해가야 한다. 주인장이 워낙 깔끔해서 위생 관념이 철저한 것 같다.
복도에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첫 날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음 날 아침에 올라가서 구경했다.

이층에는 화장실, 침실, 다이닝룸과 차 마시는 공간 등 이 있는데 2인 기준 일박 35만원이고 최대 8명까지 숙박 가능하다. 한 명 추가금액은 3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집안 곳곳에 예쁜 그릇이 많이 진열되어 있는데 아마도 사장님이 여자분이시고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그릇 모으는 취미가 있는가 보다. 천정에 매달린 고가의 샹들리에가 공간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 같다.
이층 식당 맨 끝 안쪽에 침실이 있는데 널찍한 방에 역시 프로방스풍의 침구와 고급스러운 차탁과 의자도 구비되어 있어 여기서 지내면 마치 귀족이 된 기분이 들 것 같다.
은평한옥마을 숙소 사임당 귀한 그대‘의 가장 큰 메리트는 주인장이 손수 정성스럽게 만든 조식이 제공된다는 점과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이층 휴게 공간에서 북한산의 수려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탁자 위 벽면에 좌우로 길게 난 통창으로 내다 보이는 북한산의 가을 경치가 액자 속 풍경화처럼 예쁘다.

이층 구경 마치고 일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 가니 정성 가득한 아침 한 상이 기다리고 있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아침에 부담 없이 먹기 좋은 음식들로 정갈하고 예쁘게 차려 놓아 먹기 아까울 정도이다. 밥을 먹다가 무심결에 바라본 부엌 벽면에 단풍잎을 주워다 붙여 놓은 한지 벽지에서 가을 감성이 묻어난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북한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진관사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보이는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은평한옥 마을의 가을 아침 풍경은 덤이다. 출발한 지 십 분도 채 안돼서 진관사에 도착했다. 예년 같으면 이 맘 때 여행하면 단풍 보기 힘든데 입구에서부터 샛노랗게 또 붉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어 눈도 마음도 즐겁다.

서울 살 때 아이들 데리고 여름이면 진관사 계곡에 물놀이 하러 자주 왔었는데 지금은 계곡 주변을 정비해서 물놀이는 할 수 없고 대신 산책로와 정원을 조성해 놓았다. ‘마음의 정원’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서 절 밖에 차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카페 위쪽에 있는 돌다리를 건너 한 바퀴 돌아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에도 단풍이 참 곱다. 한 쪽에는 붉게 타는 단풍이 다른 쪽에는 노랗게 물든 단풍이 대비를 이루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숲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체험한 은평한옥마을 숙박은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잘 쉬었다 온 느낌이고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은 좋은 인상을 받았다. 십 수년 만에 다시 가 본 북한산 국립공원 진관사의 오색 빛 가을 경치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