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2023년 여름, 어떤 책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한국학 필독 도서로 선정되었다는 뉴스가 대서특필되었다. 그런데 소설의 저자가 밝혀지자 더욱 놀랐다.
차인표? 배우 차인표?
그랬다. 배우 차인표가 쓴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맞는 것이었다.
‘차인표는 배우인 줄만 알았는데 그가 언제 소설을 썼나?’

차인표의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표지
차인표는 이미 장편소설을 세 편이나 출간한 작가였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대출을 신청하니 이미 대출이 되어 있고 대기자들이 많아 대출이 불가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한국학 필수 도서로 선정하였을까?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에 대하여 작가인 차인표는 책 말미에 캄보디아에 사는 훈할머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훈할머니는 열여섯 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에 끌려갔다가 어찌어찌 살아남았고, 1997년에 한국에 잠시 방문하여 가족과 상봉하였다.
그는 2023년 겨울에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통해 훈할머니의 눈물로 가득한 인생 이야기를 시청했다.
차인표는 훈할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담아 1998년에 단편소설을 썼다. 하지만 저장했던 노트북의 고장으로 소설은 소실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2006년에 다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차인표는 제일 먼저 백두산을 찾았고, 2007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을 다녀왔다.
오랜 수정과 모니터링을 통해 2009년에서야 책은 『잘 가요 언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2021년에 다시 출판하면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고 있으면 마치 작가 차인표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는 차분하게 백두산 호랑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들려준다.
작가는 먼저 일제강점기에 살던 젊은이들이 겪는 시대의 아픔을 말한다. 이어서 민족의 명산인 백두산의 정기와 자연을 소개한다. 그다음으로는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범죄를 폭로하고 고발한다. 훈할머니처럼 어린 소녀 시절을 빼앗긴 채 일본군의 위안부가 되어 일본군이 가는 곳곳에 끌려간 나라 잃은 소녀가 주인공이다.
‘순이’라는 이름이 갖는 특징처럼. ‘순이’는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에서의 박순이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아픔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새끼 제비가 백두산 천지의 물을 박차고 오르면서 시작한다. ‘물찬 제비’ 또는 ‘공중 제비’라 불리우는 새끼 제비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이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1931년과 1938년이다. 십 대 초반의 아이들이 십 대 후반의 청춘이 되어 역사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여러 군데에서 장면이 연결된다. 엄대네 소를 잡아가는 호랑이의 모습은 나중에 순이를 낚아채서 도망가는 용이의 모습으로, 포수들의 호랑이 사냥용 쇠덫은 나중에 실제로 용이의 발목을 물어버리는 덫으로, 호랑이 마을에 해를 끼치는 어미 호랑이 육발이는 죽지만, 그의 자식 육발이는 자신을 살려준 용이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다시 등장하며 연결된다. 또 아이를 많이 갖고 싶은 순이의 바람은 샘물 할머니의 십 수명의 자손으로 연결된다. 반면에 순이를 구하려는 일본 장교 가즈오와 돈만 생각하는 조선 포수 장포수의 대립은 역설적이다. 순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가즈오 마쯔에다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는 선량한 일본인이기도 하고, 일본 제국의 범죄에 대한 제물이기도 하다. 또 역시나 제 욕심만 내는 일본 제국처럼 자신의 욕심을 위해 순이를 차지하려는 일본 제국주의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는 마지막에 순이에게 참회와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하는데, 이때 제비가 흘린 눈물은 동감과 용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왜 옥스퍼드 대학교의 한국학 필수 도서로 선정되었을까?
외국의 대학에서 사용하는 한국학 교재라면 한국의 정서와 한국어를 잘 살린 책이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백두산과 호랑이가 나오고 순이와 용이는 한국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또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간결한 문체와 풍부한 어휘가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우리말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이 나온다.
이 책에서는 아름다운 우리말 중 흉내말이 많이 나온다. 이런 흉내말은 사물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 생동감을 준다.
‘울퉁불퉁, 꼬불꼬불, 몽실몽실, 모락모락, 휘적휘적, 그렁그렁, 조근조근, 슬금슬금, 성큼성큼, 빙글빙글, 방울방울, 뭉툭뭉툭, 두런두런, 땡글땡글, 흘깃흘깃, 뉘엿뉘엿, 구석구석, 꼬물꼬물, 뚜벅뚜벅, 주렁주렁, 방긋방긋, 고래고래, 쌔근쌔근, 비틀비틀, 오글오글, 첨벙첨벙, 바들바들….’
앞뒤가 반복되는 말들은 우리말이 가진 아름다운 멋이고 맛이다. 우리는 익숙하게 사용하는 말이라 그 말의 아름다움을 모르지만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이러한 꾸밈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지 안다.

차인표의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대출하기도 어렵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백두산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백두산의 꽃과 나무가 많이 나온다.
‘연분홍 구름국화꽃, 노란 애기똥풀꽃, 새하얀 박새꽃, 진분홍 털개꽃, 자줏빛 두메자운, 노란 애기금매화, 노랑만병초… 꿀밤나무, 이깔나무, 가문비나무, 사스래나무, 장군풀….’
이 땅의 순이처럼 수많은 들꽃은 우리 것을 상징한다. 꽃들 이외에도 제비, 호랑이, 풍산개, 소, 돼지, 말, 곰, 독수리, 늑대 등 우리말로 된 동물들도 등장한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다. 비록 재미있는 책이라도 시대를 상징하는 이야기나 지역을 대표하는 책을 능가하지 못한다. 세계적인 큰 상을 받는 책들을 봐도 지역이나 시대를 대표하는 책들이 많다. 옥스퍼드 대학교는 그런 맥락에서 우리 시대의 순이와 용이를 위로하는 시대정신이 담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를 선택했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에서 용서의 의미는?
황포수와 용이는 가족을 잡아간 백호를 찾아 지리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백두산까지 올라왔다. 황포수와 용이가 똑똑히 보았다는 백호는 신기루일까. 백호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백호는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에 끝내 나오지 않는다.
순이는 힘들게 참고 견디는 용이에게 백호를 용서하라고 말한다.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용서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상대는 죄의식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내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작가는 일본의 뻔뻔함을 비판하면서 또한 할머니들을 위해 일본이 진정한 사죄를 하여 할머니들 가시는 길이 편안하길 바란다. 어쩌면 일본 장교 가즈오는 작가의 바람이 투영된 인물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배우 차인표가 쓴 소설이어서가 아니라 진정한 용서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 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