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 감상 후기

“역사적 사건을 미학적으로 통쾌하게 묘사, 상영 시간 내내 신뢰할 만한 즐거움 선사”

작성일 : 2025-01-03 12:26 수정일 : 2025-01-03 14:07 작성자 : 이상희 기자


202212영웅으로 개봉된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가 만 2년만에 20241224하얼빈이란 신작으로 개봉되어 연일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하얼빈은 상업 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특색이 동시에 존재하는 작품으로 감독의 철학과 개성이 진하게 우러나는 영화다. 반면 영웅 안중근의 모습을 기대한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데, 주인공은 안중근이지만 고뇌하는 인간 안중근과 전체적으로는 독립군 모두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배경은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동료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준다. 그러나 일본군의 재공격을 받고 안중군은 휘하 부대원들이 모두 몰살당하는대참사를 맞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부대원을 모두 잃고 홀로 생존한 안중근은 영하 수십도의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걷다가 절망 속에 이렇게 독백 한다.

길을 잃었습니다. 나의 믿음으로 인해 많은 동지들이 희생되었으니 더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내 목숨은 죽은 동지들의 것이라는 것을. 나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았습니다.”

자신의 오판으로 인해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아 넣은 상황들이 그를 극도로 좌절시켰지만 그 절망의 한 가운데서 안중근은 그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한 것이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독립지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총독 이토 히로부미 암살 거사를 계획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된다.

 

내부에 밀정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과정에서 과연 누가 밀정일까 궁금증이 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하얼빈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보일 듯 말 듯 화면에 어른거리는 밀정의 존재를 담은 카메라 연출은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영화 전반에 걸친 뛰어난 영상미는 이견 없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홍경표 촬영감독)

얼어붙고 금이 간 두만강의 전경과 몽골 로케이션을 통해 담아낸 광활한 사막의 대자연을 담은 풍경은 관객들에게 압도적인 영상미를 선사한다.

밀정의 고발로 일본 총독 암살 사건이 사전에 발각되어 안중근을 제외한 독립지사들이 모두 체포되는데 한 때 안중근을 비난하고 밀정으로 의심하며 경계했던 이창섭 (배우 이동욱)은 일본군 모리 다쓰오(박훈)에게 이야기한다. “안중근은 너와는 비교도 안되는 고귀한 인물이다. 그는 실은 마음속 깊이 동지 안중근을 존경하고 있었고, 그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대변해 주었다.

 

영화속에서 이토히로부미는 이야기한다. 수백년간 어설픈 유생들이 다스려온 나라 조선.. 그리고 단 몇년간 자신이 투자한 돈으로 수백년간 이루지 못한 발전을 이룬게 조선이라고..

미국 버라이어티는 한국의 독립운동가 안중근(현빈)1909년 일본 총리 암살을 계획하는 과정을 그린 하얼빈역사적으로 멋진 상상을 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마지막 장면을 언급하면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영화라고 호평했다. 이어 역사적 사건을 미학적으로 통쾌하게 묘사함으로써 상영 시간 내내 신뢰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고 썼다.

 

극중 이토 히로부미는 만주 독립군이 자신을 암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듣자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라고 한다. 이 말은 실제 역사에선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오천 년 역사 속에서 계속해서 증명되어온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삼국시대로 거슬로 올라가 당나라, 수나라 침략을 막아낸 을지문덕장군, 고려시대 거란의 침략을 막아낸 강감찬장군, 몽고항쟁으로 나라를 지킨 삼별초군, 또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순신이라는 장군이 있었고, 일제 강점기에 안중근을 비롯한 수 많은 애국지사들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듯이 오늘날 대한민에도 위기때마다 영웅들이 일으켜져서 조국을 위해 분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희 기자 seodg1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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