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토월(麒麟吐月)과 곤지망월(坤止望月)

기린봉에서 솟은 달은 곤지산 봉우리에서 보아야 제맛

작성일 : 2025-01-15 20:35 수정일 : 2025-01-16 08:29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전주에서는 정월이 되면 기린토월(麒麟吐月)과 곤지망월(坤止望月)을 이야기한다.

정월 대보름날 기린봉에 둥그렇게 솟아오른 보름달이 오랫동안 전주의 중심지였던 곤지산을 비추면 전주 사람들이 곤지산에 모여 떠오르는 달을 맞이하는 풍습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곤지산으로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에서 보아야 달이 크고 둥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전주 사람들이 달맞이 하던 흡월대가 있는 곤지산 언덕  

 

곤지산은 전주 북쪽의 건지산에 맞서는 남쪽의 완산칠봉 끝부분의 투구봉을 말한다.

팔괘에서 건곤이감(乾坤離坎)이라 일컫는 네 방향으로 하늘인 건()에 맞서는 것이 땅인 곤()이다. 건지산에 맞서는 산으로 곤지산이라 이름하였을 것이다.

 

 

형님, 팔괘에서 건에 맞서는 것이 무엇이지요?”

그거야 곤이지.”

그럼, 건지산에 맞서는 산은 어떤 산일까요?”

그건 곤지산이지.”

그런데 전주의 흡월대는 어디인지는 아시나요?”

 

어쩐지 질문이 쉽다고 생각했더니 그러면 그렇지. 이건 도무지 알지 못했던 문제다.

불쑥 요상스러운 질문을 해서 나태해져가는 나를 일깨워 주는 사람은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

 

 

전주팔경의 제1경은 기린토월(麒麟吐月)이다.

전주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기린봉은 주산인 승암산 줄기의 한 봉우리다. 그러나 이곳에서 해가 뜨고 달이 뜨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주 시민들이 전주를 대표하는 산을 기린봉이라 생각하고 있다.

 

  전주를 대표하는 산인 기린봉, 아중 저수지 쪽에서 본 기린봉이다

 

예로부터 기린봉은 신성한 산이었다.

기린이라는 상상 속의 동물의 이름을 따온 이 산은 그래서 신비한 산이기도 하였다.

 

전주의 동쪽을 가리고 있는 기린봉 위로 둥근 달이 환하게 떠오를 때는 온 전주가 환하게 밝아왔다. 그런데 기린토월은 기린봉 하나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

기린봉에서 달이 뜨면 그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전주 시내 사람들이었다. 시내 곳곳에서 기린봉 위로 솟아오른 달을 맞이했다.

 

그중에 으뜸인 곳이 곤지산 봉우리인 투구봉이었다.

사람들은 곤지산에 모여 달맞이를 했다. 그중에는 여자들도 있었다. 아기를 낳고자 하지만 잉태되지 않은 여자들도 있었다. 그 여자들이 곤지산에 올라와 보름달의 정기를 온몸에 씌워 달덩이 같은 아기를 낳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곳을 흡월대(吸月臺)라 불렀다.

흡월대(吸月臺)는 숨 들이쉴 흡() 자에 달 월()을 쓰고 높이 쌓을 대() 자를 쓴다. 높은 곳에 올라 달의 정기를 흠뻑 들이마신다는 뜻이다.

 

 

물론 최명희 소설, 혼불에 나오는 흡월대(吸月臺)는 이곳이 아니다.

혼불에 나오는 흡월대는 고창군 심원면에 위치한 흡월대다. 고창 심원의 흡월대는 해변과 산이 어우러진 다양한 경관을 볼 수 있는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이곳에서 떠오르는 달을 맞아 흡입하는 것이 최고의 달맞이였고 부인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지금은 주변에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가꾸어 놓았다.

이것을 알려준 사람은 고 김용관 화가의 부인인 박여희 여사님이었다.

 

 

흡월대는 전국 곳곳에 있었다. 그중에 전주의 흡월대가 곤지산인 것이다.

그곳은 예로부터 전주 중심지였던 교동과 전동이 있는 곳이다. 지금의 남문시장 남쪽 전주천 건너 완산시립도서관이 있는 산이 곤지산이요, 투구봉이요 초록바위다.

남천교 쪽에서 바라본 그 모습은 마치 목마른 말이 강변에 목을 축이는 형상이라 하여 갈마음수봉(渴馬飮水峰)이라 했다. 그 끝자락에는 철광석이 노출되어 파랗게 녹이 서린 낭떠러지 초록바위가 있다.

 

이곳은 동학농민군의 김개남을 비롯한 수많은 농민군이 처형을 당한 곳이요, 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을 당한 곳이다. 초록바위에 자주 벼락을 치는 것은 이들의 원혼의 소리라고도 한다.

 

이종근의 역사 문화 이야기 22”에 의하면 전주 곤지산 흡월대(吸月臺)는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곤지산 정상이 아니라 전주시립도서관을 오르는 왼편의 수도 골목 정상이라고 한다.

 

 

전주팔경은 아래의 여덟 곳이다.

 

1. 전주의 동쪽에 솟아있는 기린봉에 떠오르는 달을 일컫는 기린토월(麒麟吐月)

2. 전주천 발산 기슭에 자리한 한벽당의 풍정을 말하는 한벽청연(寒碧晴煙)

3. 남고산의 저녁 노을을 헤치고 울려 오는 남고모종(南固暮鍾)

4. 다가산 활터에서 한량들이 과녁판에 활을 쏘며 호연지기를 길렀던 다가사후

(多佳射帿)

5. 덕진 연못에서 연꽃 꺾는 덕진채련(德津採蓮)

6. 위봉사 아래 옥으로 부서지는 폭포가 있으니 위봉폭포(威鳳瀑布)

7. 비비정에서 한내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는 비비낙안(飛飛落雁)

8. 고산(高山)과 봉동(鳳東)의 냇물에 낚싯배 오르내리는 동포귀범(東浦歸帆)

 

 전주팔경 중의 하나였던 비비낙안의 비비정

 

전주8(全州八景)에 여인들이 정월 대보름날 곤지산 흡월대에 올라 소원을 빌고 달의 정기를 들여 마셔 혈력을 보강시켰다는 곤지망월 (坤止望月)을 더하면 전주9경이다.

그리고 남천교 천변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풍정을 말하는 남천표모(南川漂母)를 더하여 전주십경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아름다운 풍습은 지금이라도 되살려서 정월대보름날이면 전주 시민들이 곤지산에 올라 기린봉에서 떠오르는 달을 맞이하는 행사를 벌였으면 한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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