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삶 속에서 창조해 낸 신화의 세계
그림과 함께 살았고, 그림을 위해 살았던 김용관 화백의 처절한 삶의 흔적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전주 시내 한복판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화백 김용관
그는 오로지 그림 속에서 살았고 그림을 위해 살았다.
그의 삶의 세계는 온통 그림이었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황홀하다. 우울함이나 답답함이 없다. 내가 신화의 세계로 끌려들어 가듯이 신비함을 느낀다. 저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 그를 만나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지금 전주의 중심지인 객사 거리에 있는 기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용관 유작전』은 그의 부인 박여희 여사님이 마련한 자리다. 미술관 3개의 전시실을 통째로 빌려 온통 김용관 그림으로 장식해 놓았다.

기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용관 화백 유작전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실내가 환해진다.
화려한 색상의 신비한 대작들이 눈길을 확 끌어간다. 어느 그림이든 그림 앞에 서면 알 듯 모를 듯 신비한 느낌에 싸여 한참 동안 나를 잃게 한다. 저 그림 속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더욱이나 세 개의 전시실을 가득 채운 그야말로 매모드 전시장이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화가의 아내가 마련한 유작전이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박여희 여사님이다.
남편이 붓을 놓고 떠난 지 12년이 되는 해를 맞이하여 유작전을 마련한 것이다.
어찌 남편을 생각하는 정읍사의 이야기가 백제시대만 있었고 정읍에만 있으랴. 지금 전주에서도 현대판 정읍사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김용관 화백의 부인 박여희 여사
김용관 화백은 전주에서 출생하여 전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원광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부인인 박여희 여사를 만난 후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에 몰두한 사람이다.
부인인 박여희 여사는 남편인 김용관 화백이 처절하게 살다가 갔다고 말하지만 어찌 보면 자신의 삶이 더 처절했다고 볼 수 있다.
결혼하여 얼마 되지 않아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남편은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 속으로 신화처럼 들어가 버린 것이다.
둘째를 출산한 몸으로 가장이 되어버린 박여사님은 두 달의 출산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여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계단을 아기를 업고 오르내리며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도 혼자 살고 있는 친정어머니가 마음에 걸려 임실 관촌으로 이사를 해서 살기도 했던 효녀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도 남편이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하면 대출을 받아 서울에 있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개인전을 열세 번을 열었다.

평생을 그림 속에서 살다간 자신의 화실에서의 김용관 화백 모습
그러다가 남편이 위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 수술이 어려운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때 남편은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는 것이 더 안타깝다’고 했다 한다.
그야말로 그림 속에서 살았고 그림을 위해서 살았던 그림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열린 김용관 서거 12주년 앵콜 유작전은 아내인 박여희 여사님이 마련한 자리인데 이미 지난해 12월 17일부터 22일까지 기린미술관과 임실 예총회관 전시실에서 열렸던 전시회인데 반응이 좋아 앵콜 전시회를 연 것이다.

김용관 화백의 그림 앞에서면 무언가 모를 신비의 세계로 끌려 들어간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박여희 여사님이 한 편의 그림 앞으로 인도한다. 유일하게 전시된 풍경화 한 점. 제작 연도가 1970년이다. 54년 전의 그림이다.
김용관 화백이 고등학생 시절에 그린 그림이란다.
전주의 동쪽 언덕이었던 간납대에 위치한 영생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 주변에서 거주하던 김용관 화백이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철길을 따라 경기전을 가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 안고 가던 캔버스에 밀려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 경기전에서 그린 그림이란다.

유일하게 전시된 풍경화 한 점, 이것이 고등학생 시절 그린 그림이다
김용관 화백의 그림 세계에 대하여 최병길 원광대학교 교수는 현실의 시공을 초월하여 먼 과거나 미래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 하였다. 그것은 작가가 객체를 객관주의적 시각으로 탐구하는 것보다는 작가 자신의 내면에 대해 진지한 주관주의적 태도로 임하는 사유 행위이며 작가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끊임없이 솟구치는 욕구나 욕망에 대한 진솔한 어법이라 하였다.
소설가요 문학평론가인 김한창 화가는 김용관 화백을 신화의 세계로 간 사람이라고 한다.
김용관 화백의 그림 세계는 ‘원색 대비되는 칼라와 형상들은 변이된 돌발 상황에서 파생된 생명 원초의 초자연적 율동의 신비’라고 하였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자신만의 원시적 신화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는 마력을 발휘한다고 하였다.
김용관 서거 12주년 기념 앵콜 유작전은 2025년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열린다.
올 한해를 예년과 같이 평범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일단 이 전시회에 가서 용솟음치는 활력을 얻어 새 출발을 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