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맞아?

내 아이만은 그렇지 않겠지

작성일 : 2021-05-21 08:35 수정일 : 2021-05-21 09:38 작성자 : 이용만 기자

 

부부가 나들이를 갔다.

철쭉꽃이 만발한 지리산 바래봉이었다.

저 앞에 두 젊은 남녀가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애는 빈 몸으로 가고 남자애가 여자애 등산 가방까지 앞뒤로 메고 올라가고 있었다. 날씨가 제법 더운데 혼자서 두 개의 등산 가방을 메고 올라가느라 무척 힘들어 보였다.

“저 녀석 좀 봐. 저게 무슨 짓이야.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어디 얼굴이나 좀 보자,”

걸음을 빨리하여 앞질러 가서 남자애의 얼굴을 본 순간 부부는 기절할 뻔했다. 자기 아들이 아닌가?

‘세상에 이럴 수가? 집에서는 손끝 까딱 않고 엄마 일은 조금도 거들어 주지도 않는 애가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날의 충격이 오래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모두가 부모 탓이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길들여 놓은 것이다. 그 부부가 아이를 키워온 과정은 이러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왕자님 일어나세요. 학교에 가야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너 안 일어날래? 벌써 세 번째 깨워주고 있잖아?”

 

중학교 1학년 때.

“네가 지금 몇 살이냐? 중학생이잖아? 중학생이면 제가 알아서 일어나야지.”

고등학교 1학년 때.

“너는 어떻게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초등학생 때 하고 하나도 달라진 게 없냐?”

 

대학교 1학년 때.

“내가 너 때문에 미쳐. 대학생이면 어른이야. 아직도 엄마가 깨워 주어야겠어?”

 

 

엊그제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엄마가 오늘은 집안 대청소를 한다고 도와 달라고 했더니 약속이 있다고 나가면서 한 마디 했다.

“어렸을 때부터 대청소하는 날은 나가서 놀라고 했잖아요.”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려서부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부모가 대신해 준 것이다. 깨워주고 옷 챙겨주고 학교까지 태워다주고 학원에도 데려다주고 준비물도 챙겨주고….

 

언제나 아기 같아서 부모가 다해주었는데 여자 친구 등산 가방까지 거뜬히 메고 산을 오를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의 심부름은 안 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여자 친구의 등산 가방은 메어다 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시키지 않아서 그렇지 다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다. 내 아이를 언제까지나 어린아이 취급하지 말자.

 

어려서부터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자기가 하고 부모님 일도 잘 거들어주는 아이였다면 등산길에 여자 친구 등산 가방 메어다 주는 것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내 일은 하나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섭섭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몽골이나 아프리카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소를 몰아오고 먹이를 준다. 먼 곳까지 가서 물을 길어온다. 우리 할아버지들도 그렇게 일하면서 살았다. 길들여 놓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자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느라 고생하지 말자. 부모도 힘들지만 자녀도 힘들다. 제 스스로 일어나는 것은 습관이 들면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이 깨워주어 일어나는 일은 힘든 일이 되어 버린다.

 

자녀에게 어려서부터 너무 매달려 고생하다가 ‘우리 아이 맞아?’ 하는 충격 받지 말고 ‘우리 아이도 그럴 수 있지.’ 하고 위안 받을 수 있게 하자.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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