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보통 건강을 이야기할 때 혈관계, 신경계, 내분비계 등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몸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근육계통은 종종 관심 밖으로 밀려나곤 합니다.
특히 수의근만 해도 체중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이처럼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인체의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과거에는 근육을 단지 신경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부속기관 정도로 보았고, 치료의 초점도 혈관이나 신경 중심으로 맞추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관점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대 해부생리학에서는 근육이 신경과 혈관을 담고 있는 구조로 보고 있으며, 그 긴장이나 구축 상태가 인체에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육은 단지 움직임의 주체가 아니라, 심층 근막(deep fascia)으로 구성된 근막계통(myofascial system)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이 근막계는 온몸을 연결하며 구조적인 균형과 기능적 통합을 조절합니다. 만약 특정 부위의 근막이 긴장하거나 유착되면, 단순한 통증을 넘어 혈류장애, 신경압박, 자세불균형, 심지어 내장기능 저하까지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의원 임상에서는 흔히 추나요법이나 침치료, 약침 등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고 구조를 조절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추나 시술 직후에는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재발하거나, 심지어 시술 이후에 오히려 불편감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근육과 근막의 긴장을 풀지 않고 뼈의 위치만 억지로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뼈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근육이 뼈를 움직이고, 유지하며, 보호합니다. 따라서 구조적인 해부 지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반드시 근육과 근막 안에 존재합니다.
근육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건강 회복의 핵심 열쇠입니다. 근육이 부드럽고 탄력 있게 유지되면,
• 혈류가 원활해져 혈관계가 회복되고
• 압박된 신경이 풀리며 신경계가 안정되고
• 관절 주변의 지지력이 향상되어 관절기능이 좋아지고
• 근막과 장기 간 연결을 통해 내장기능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실제로 근막계의 문제로 시작된 통증이 오랫동안 원인 미상으로 남아 있다가, 해당 부위의 근육 긴장을 해소하고 나서야 통증이 사라지는 사례가 임상에서 매우 흔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만성 통증 환자가 늘어나는 시대에는 근육과 근막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혈관, 신경, 장기 등은 꾸준히 공부하고 치료해 왔지만, 근육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근육을 통해 우리는 우리 몸의 진짜 상태를 알 수 있고, 치료의 방향도 새롭게 세울 수 있습니다.
근육을 공부하면, 몸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근육을 이해하면, 진료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근육을 회복시키면, 건강 전체가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