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비밀 장소를 만들어 놓자

정신건강을 위한 내 마음 달래 줄 그곳

작성일 : 2021-07-24 10:33 수정일 : 2021-07-26 09:01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살아가면서 나 혼자만의 비밀 장소를 하나쯤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어쩌면 삶의 여정에서 작은 재미를 하나 더하는 것이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나만의 비밀 장소는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이용할 수도 있고 내가 임의로 만들 수도 있다. 그곳에서는 내가 왕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장소를 만들어 혼자서 즐기는 것이다. 가능하면 그곳이 집안이 아니라 집 밖이면 더 좋다. 그런데 방안이어서는 안 된다. 방안 퉁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억울하고 속상할 때, 무언가 뚫리지 않고 막혀서 살맛이 나지 않을 때에 그곳에 가서 마음껏 중얼거려도 보고 부르짖어도 보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볼 수 있는 그런 장소면 좋다.

 

어렸을 때에 나는 우리 집 뒤에 있는 산골짜기에 비밀의 장소가 있었다. 우리 집 옆으로 흘러가는 도랑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뒷산이었는데 물이 떨어지는 절벽 아래 제법 넓은 공간이 있었다. 거기 움푹 파인 곳에는 주변을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 밖에서는 보이지 앉는 곳이었다. 거기에 사람이 앉을 만한 납작한 돌도 있었다.

숫기라고는 약에 쓸래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거기에만 가면 힘이 났다. 내가 대장이었다. 거기에서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웅변도 하고 배우처럼 연기도 하였다. 거기는 나의 천국이었다.

 

 

고향을 떠나 전주로 와서는 처음에는 치명자산 꼭대기의 칼바위를 나의 비밀장소로 택했다. 그러나 그곳은 멀었다. 자주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치명자산 끝자락인 이목대에서 비밀 장소를 찾았다. 군경묘지가 있는 낙수정 앞에 있는 이목대에서 남쪽으로 벋은 산줄기 아래 골짜기가 하나 있었다. 거기에서 바라본 전주천이 아늑하니 정겨웠다. 거기가 나의 비밀의 장소였다. 나는 거기에 가서 시도 읊고 글도 쓰고 명상도 하였다. 때로는 소리도 질러보았다. 한 번은 속상할 일이 있어서 거기에 가서 소리를 버력 질렀다.

“야, 인마!”

그랬더니 저쪽 산에서 소리가 들렸다.

“뭐, 인마!”

그 소리를 듣고 어찌나 우습던지 한참을 혼자 웃었다.

 

전주에서 김제로 통근을 할 때는 퇴근길에 효자공원묘지 한쪽을 찾아가 거기에서 한참씩 쉬었다 왔다. 거기가 나의 비밀 장소였던 것이다.

요즘은 인후공원이 있는 도당산 북쪽 끝에 나만의 비밀장소가 있다.

 

비밀 장소와 더불어 또 하나의 비밀스러운 일이 있으면 좋다.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일이 하나쯤 있으면 좋다. 그렇다고 아무도 몰래 물건을 훔친다거나 바람을 피우는 그런 못된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혹시 첫사랑의 옛사람을 사심 없이 순수한 우정으로 만난다면 몰라도….

 

아무도 몰래 행한 선행, 아무도 몰래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기부금, 어려움에 처한 가까운 사람을 아무도 몰래 돕는 일 등 동화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보는 것도 비밀스러운 일 중의 하나다.

 

내 친구 중에 한 달 술값이 상당히 나가는 사람이 있다. 살아가면서 술 마시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어 자주 술을 마신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 타고난 술 체질이다. 그 사람에게서 술을 빼앗으면 살맛을 잃을 것이다. 마치 문학과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문학과 예술을 빼앗는 것과 같으리라.

 

또 하나의 비밀스러운 일에 종교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다. 그것을 신앙을 통하여 위로를 받는 것이다. 잘 나가는 교회나 성당, 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하여 저렇게 몰려드는 것일까. 그리고 몇 시간을 꼼짝도 않고 앉아 있는 것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고 한 밤중에 모이기도 한다.

 

철야예배를 위하여 자정을 맞는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모여든다. 어찌 보면 그 사람들에게는 그곳이 비밀의 장소다. 거기에 가서 소리 질러 찬송하고 기도를 해야 마음이 편하고 위로를 받는다. 즐겁고 기쁘기까지 하다.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다.

 

어떤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편하게 살 수도 있는데 굳이 힘들고 어려운 일 속으로 가서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그 고생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이 맛보지 못하는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다, 어렵다 하지 말고 나만의 비밀 장소를 만들어 그곳을 찾아가서 위로를 받는 것은 또 하나의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일이며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일이다.

 

나만의 비밀 장소.

어쩌면 그곳이 나의 건강을 지키는 또 다른 곳이요,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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