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수확을 점쳤던 절기, 곡우(穀雨)

봄비를 맞아 모든 곡물이 싹이 트는 희망의 날

작성일 : 2025-04-20 15:27 수정일 : 2025-04-21 09:09 작성자 : 이용만 기자

 

 

 

곡우(穀雨)24절기 중 여섯 번째 날로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는 절기다. 금년에는 420일이 곡우다. 태양의 황경이 30°에 해당할 때이다.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곡우는 태양의 황경이 30°인 날로 대개 420일이나 21일이다.

'곡우'는 곡식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봄비가 내리는 날이다.

 

곡우 무렵이면 봄비가 내려 여러 가지 작물이 싹이 트는 시기다.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는 때이며, 농촌에서는 못자리를 만드는 등 농사가 시작된다. 곡우 때쯤이면 봄비가 자주 내려서 백곡이 윤택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고 했다.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이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곡식들이 잘 자라는 시기를 일컬었다

 

곡우의 유래

 

'곡우(穀雨)'라는 말은 봄비()가 내려서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기원전 475~221에 발간된 것으로 추정하는 중국의 전통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처음으로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서기 945년에 발간된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 서기 1281년에 발간된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등 여러 문헌에 곡우가 등장하며 곡우 기간을 5일 단위로 초후, 중후, 말후 등 3후로 구분하고 있다.

 

초후(初候)에는 연못에서 자라는 일년생 풀인 마름의 싹이 트고, 중후(中候)에는 산비둘기가 깃털 갈이를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뽕나무를 좋아하는 여름 철새인 후투티가 뽕나무에 날아든다고 하였다.

 

  곡우 무렵에는 비가 자주 내려야 풍년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1444년에 이순지(李純之) 등이 펴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등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의 절기는 주()나라 때 지금의 화베이 지방으로 베이징과 텐진이 있는 지역인 화북(華北) 지방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각 지역 기후와는 차이가 있다.

 

곡우의 풍속

 

농촌에서는 곡우 무렵에 모든 곡물이 잠에서 깨어 자란다고 보았다. 그래서 씨앗을 파종하였으며 이 무렵에 볍씨를 물에 담가 못자리를 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하였다.

'곡우(穀雨)'라는 이름에 비가 들어 있듯, 이날엔 비나 물과 관련한 속담이나 풍속이 많다. ‘곡우 무렵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가 좋지 않다.’는 속담도 있다.

지역에 따라 이날 비가 오는 것을 좋게 보기도 하고 나쁘게 보기도 한 것이다. 이날 물맞이를 하면 여름철에 더위를 모른다는 말도 있다.

 

차에 대해서도 곡우를 기준으로 잎을 따서 만든 차를 구분하였다.

곡우날 만든 차는 '곡우차(穀雨茶)'라고 하고, 곡우 전에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라고 하였으며, 그 후에 만든 차를 '우후차(雨後茶)'라고 하였는데, 우전차의 품질을 더 높은 것으로 보았다.

 

곡우에는 나무에 수액이 많이 오르는데, 이 수액을 '곡우물'이라고 하여 채취하여 마셨다.

전라도나 경상도, 강원도 등지에서는 사람들이 곡우물을 먹으러 깊은 산이나 명산을 찾기도 하였다. 곡우물은 주로 단풍나무, 산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어 나오는 물을 말하는데 골리수라 하였다.

 

  곡우 무렵에는 나무에 물이 많이 올라 골리수를 받아 마시기도 하였다.  

 

곡우물을 먹기 위해서는 곡우 전에 미리 상처 낸 나무에 통을 달아두고 여러 날 동안 수액을 받는데, 곡우물은 자양강장제로 뼈를 튼튼하게 하며 위장병이나 신경통, 피부병, 관절염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자작나무에서 받은 수액을 거자수라 하는데 특히 지리산 아래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낸다. 특히, 신병이 있는 사람이 병을 고치기 위하여 그 물을 마시는데, 외지 사람들도 골리수를 받으러 몰려들었다.

 

골리수도 구분을 하였는데 경칩 무렵에 나오는 고로쇠물은 여자물이라 하여 남자들에게 좋다고 하였고, 자작나무에서 채취한 거자수는 남자물이라 하여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하였다.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서해를 타고 북상하여 충청남도 서쪽 격렬비열도 인근까지 올라와서 많이 잡혔는데, 이때 잡힌 조기가 살이 연하고 맛이 있어 따로 '곡우사리'라고 불렀다. 곡우살이는 맛이 좋아 남해의 어선들도 모여들었다.

 

2025년에 맞이하는 곡우 날에는 내 몸을 위하여 어떤 비를 맞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사는 맛을 더하는 재미일 것이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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