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아가씨들에게, 시간을 소중히 여기시기를. 로버트 헤릭

To the Virgins, to Make Much of Time. Robert Herrick (1591-1674)

작성일 : 2021-08-09 10:05 수정일 : 2021-08-09 13:53 작성자 : 정석권 기자

To the Virgins, to Make Much of Time

Robert Herrick (1591-1674)

 

Gather ye rosebuds while ye may,

Old time is still a-flying:

And this same flower that smiles today,

Tomorrow will be dying.

 

The glorious lamp of heaven, the sun,

The higher he’s a-getting,

The sooner will his race be run,

And nearer he’s to setting.

 

That age is best which is the first,

When youth and blood are warmer;

But being spent, the worse, and worst

Times still succeed the former.

 

Then be not coy, but use your time;

And while ye may, go marry:

For having lost but once your prime,

You may for ever tarry.

 

아가씨들에게, 시간을 소중히 여기시기를

로버트 헤릭

 

할 수 있을 때 장미 꽃봉오리를 따세요.

시간은 쉼 없이 달아나고

오늘 미소 짓고 있는 이 꽃도

내일이면 죽어버린다오.

 

하늘의 찬란한 등불인 태양도

높이 솟아오르면 오를수록

그 경주는 곧 끝나게 되고

얼마 안 가서 해가 진다오.

 

인생은 청춘과 피가 뜨거운

처음 시절이 최고라오.

그 시절 지나면 점점 더 나쁜

시간들이 뒤따를 것이니까요.

 

그러니 수줍어 말고 그대의 시간을 활용하세요.

그리고 할 수 있을 때에 결혼하세요.

가장 좋은 시절을 놓치고 나면

영원히 늦을지도 모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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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라는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즈(Robin Williams)가 연기한 존 키팅(John Keating) 선생님이 보수적이고 출세지향적인 교육을 하는 미국의 명문 학교에 발령을 받게 됩니다.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강조한 것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말입니다. “카르페 디엠”은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라는 뜻의 라틴어로서, 영시에서는 주로 수줍은 처녀에게 아직 한창일 때 즐기라는 유혹적인 모티프로 많이 쓰입니다.

 

  이 시는 겉으로는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세월은 쏜살같이 흐르니 현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최선을 다하라는 일반적인 충고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은 명문대학 합격, 출세 등을 위해서 현재의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카르페 디엠”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시를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민요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가 금방 떠오릅니다. 할 수 있을 때 장미 꽃봉오리를 따라는 말이나, 늙어지면 못노나니 젊어서 놀자는 말은 같은 맥락이니까요.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우리나라 민요와 헤릭의 시는 아주 착착 장단이 맞아 떨어집니다. 오늘 핀 꽃 내일 지고,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해가 뜨면 해가 지고, 달도 차면 기웁니다. 세월가면 백발 오고 못면할 쏜 죽음이라고 우리나라의 단가인 “백발가”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 슬퍼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 민요에서도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라고 봄꽃을 즐기며 놀자고 신명나게 노래합니다. “화란춘성 만화방창”(花爛春城 萬和方暢)은 “꽃이 봄을 만나 활짝 피었으니 만사가 모두 평화롭다”는 뜻으로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어울리는 이상을 노래한 것입니다.

 

  세상의 허무함이나 인생살이의 어려움에 인상 쓰고 한숨만 쉬며 살면,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아까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소중한 오늘이 있으니까요. 오늘은 어제의 사형수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내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소중하고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뜻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으므로, 충만한 오늘을 아낌없이 사는 것만이 바로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는 길일 터입니다.

 

  로버트 헤릭의 시는 “카르페 디엠” 모티프를 세련되게 사용하며, 아가씨에게 더 늙어지기 전에 결혼하라고 권유하는 비유를 통해서, 우리에게 오늘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합니다. “가장 좋은 시절을 놓치고 나면 영원히 늦을지도 모를 테니까요.”라고 말하며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림: 김분임

노란 장미    40.9 x 27.3 Watercolor on pape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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