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보다 더러운 지하철 손잡이?”

생활 속 세균 지도 ① – 매일 잡는 ‘지하철 손잡이’의 실체와 감염 위험

작성일 : 2025-06-11 13:42 수정일 : 2025-06-11 14:27 작성자 : 한송 기자

출근길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쥐고 이동하는 지하철 손잡이. 단순한 편의 장비로 생각되기 쉽지만, 최근 이 손잡이가 일상 속 ‘세균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감염병 재유행과 항생제 내성균 증가가 우려되는 지금, 공공교통 시설 내 위생 실태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공중보건 위협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지하철 손잡이, “변기보다 더럽다?”

최근 서울의 한 국립대학교 미생물학 연구팀은 서울시 주요 지하철 노선(2호선, 3호선, 9호선 등)의 출퇴근 시간대 손잡이 30개 지점을 채취해 세균 오염도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손잡이 1cm²당 평균 1,200~2,500 CFU(Colony Forming Unit, 세균 집락 형성 단위)의 세균이 검출됐다. 이는 가정용 변기 뚜껑에서 일반적으로 측정되는 수치인 500~1,000 CFU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김연수 교수(서울대 미생물학과)는 “지하철 손잡이는 하루 수만 명의 손이 닿는 곳으로, 세균이 붙기 좋은 플라스틱 재질이 많다”며 “특히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지하 환경에서 세균 증식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떤 세균들이 있었나?

조사 결과, 다음과 같은 세균이 주요하게 검출되었다:

•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상처, 폐렴, 식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일부는 항생제 내성을 보이기도 한다.

• 바실루스균(Bacillus spp.)일반적으로 환경에 존재하지만, 일부 종은 식중독 및 감염 유발 가능성이 있다.

• 엔테로박터균(Enterobacter spp.)장내 세균군으로, 감염 위험은 낮지만 위생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쓰인다.

• 사포생균 및 곰팡이 포자공기 중 부유물질을 통해 손잡이에 부착되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알레르기나 피부 감염 유발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승역이나 혼잡도가 높은 노선의 손잡이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예: mecA, ESBL)가 검출된 사례도 있어, 연구진은 “공공장소 세균이 단순 ‘불결함’의 문제가 아니라 항생제 위기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위생이 가장 강력한 무기

감염내과 전문의 김도윤 교수(서울의대)는 “지하철 손잡이는 바이러스와 세균 모두가 쉽게 옮겨갈 수 있는 전파 매개체”라며, 다음과 같은 예방법을 제시했다:

• 지하철 탑승 전·후 손 소독제 사용

• 가급적 팔꿈치나 소매 부분으로 손잡이 잡기

• 탑승 중 손으로 얼굴, 눈, 코, 입 만지지 않기

• 귀가 후 즉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특히 김 교수는 “스마트폰보다 더 자주, 더 많은 사람이 만지는 것이 손잡이”라며, 스마트폰 사용 전에도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청소 주기는 충분한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하철 손잡이는 하루 1회 소독된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대처럼 손잡이 접촉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세균 오염 재확산이 빠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자료에 따르면, 공공장소의 손잡이·문고리·좌석 등은 최소 하루 2회 이상 소독이 권장되며,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에서는 자주 만지는 부위를 수시로 닦아야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

세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건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지하철 손잡이는 단순한 이동 보조 장치가 아니라 하루 수만 번의 접촉이 이루어지는 감염 위험 지점이다.

‘생활 속 세균 지도’는 단순히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 올바른 위생 습관과 공공위생 인식 전환을 위한 작은 시작이다. 손 씻기, 소독제 사용, 공공물품 위생에 대한 관심이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백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활 속 세균 지도’ 시리즈 예고

이번 ‘생활 속 세균 지도’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접하는 물건과 장소의 위생 실태를 과학적으로 조명하고, 실질적인 예방법과 정책적 제언을 제공하는 연재 시리즈다.

다음 주제는 ‘스마트폰 화면: 변기보다 10배 더러운 우리의 손안‘이다.

한송 기자 boriann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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