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방치된 감염병, 세계 공중보건에 새로운 위협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보고서에서 “결핵이 다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결핵 환자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전 세계 결핵 환자 수는 1,070만 명으로 추산됐으며, 사망자는 약 130만 명에 달한다. 이는 5년 전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의료 인프라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며, 결핵 검사 및 예방 접종, 치료 체계가 중단되거나 대폭 축소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BCG 백신 공급 부족과 진단 지연이 심화되면서 감염자 대부분이 미치료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결핵은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감염병”이라며 “많은 나라에서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인도,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어린이 결핵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내성 결핵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선진국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최근 이민자·노숙인·면역저하자 중심으로 결핵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며 대중교통, 보호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에서의 감시 강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백신 재개발과 글로벌 의료 접근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기존 BCG 백신은 유아기 감염 예방에만 제한적인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성인 대상의 신규 결핵 백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 인도 세럼연구소 등이 차세대 결핵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실사용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김지영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조용히 확산되는 전염병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다”며 “결핵은 과거의 질병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글로벌 보건 위기”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결핵 감시·예방 전략 없이는 제2의 팬데믹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경고에, 세계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