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작가의 진솔한 삶의 흔적
글은 작가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거짓으로 쓸 수 없으며 진솔하게 써야 한다.
아마추어 작가의 글은 더 진솔하고 감동을 준다.
심현옥 작가는 김계식 시인의 아내다.
매일 일기 쓰듯이 한 편씩의 시를 쓰는 남편의 옆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시인의 기질이 몸에 배어 시심이 샘물처럼 고여 있다가 흘러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현옥 작가는 아마추어지만 아무런 바탕없이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쓴 것이 아니다.
‘문학을 쓰는 문학과 읽는 문학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저는 후자의 편에서 상당히 윗자리에 있을 것이라 자부(?)하면서...’
『설익은 추억』 ‘저자의 말’에 쓰여진 글이다.
탄탄한 독서의 기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학적 기반은 독서다. 독서로 다져진 사람은 샘물이 바위틈을 흘러나오듯이 글줄이 나온다. 오히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물인 약수가 나오는 것이다.

심현옥 작가의 민조시집 『설익은 추억』 표지
심현옥 작가는 민조시(民調詩)의 형태로 글을 썼다.
민조시(民調詩)는 우리나라 전통적 기풍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시다.
민조시는 근래에 3, 4, 5, 6 調의 새로운 정형시로 태동하였다.
민조시는 문단에 정식으로 등록된 장르이며 자유시가 아니라 정형시다.
민조시는 한국문학의 정체성이며 한국문학의 존재 본질을 제시한 시문학이다.
민조시는 자유시와 극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시의 형식에 있어 민조시는 엄정한 형식을 정확히 지켜야 하는 정형시다.
3, 4, 5, 6조의 18자로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다.
민조시는 3, 4, 5, 6조의 정형률을 한 음수도 벗어나서는 안 되며, 맨 마지막 결구의 끝 조도 반드시 6조이어야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시가 짧아서 쓰기 쉬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어려운 시다. 시조보다 오히려 더 어렵다. 시조는 종장 첫 귀를 3자로 규정한 것 외에 ‘절대로’가 없다. 그러나 민조시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짧게 쓴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심현옥 작가는 그 많은 시를 민조시로 썼다. 글자 수만 맞추는 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 글 속에 시적 요소를 담아내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본인은 ‘생각 밖의 일을 저질러서 무슨 말씀으로 제 마음을 밝혀야 할 지 앞이 캄캄합니다’라고 했지만 일을 저지르기 백번 잘한 일이다. 이번에 일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평생 아쉬움 속에서 그동안 쌓아온 독서의 공이 사라질 뻔하였다.
심현옥 작가에게는 이번에 낸 『설익은 추억』이 처음 낸 책은 아니다.
산앙심이 두터운 작가는 일상화된 기도 생활을 하면서 ‘일천번제 기도문집’인 『순례자의 기도』를 책으로 엮어내기도 하였다.
'일천번제'라면 3년이라는 긴 세월을 말한다. 오랜동안 기도해 오면서 다져진 믿음이 없이는 이룰 수없는 일이다.
“4월에
고귀한 너
시린 발로 와
내 마음 흔드는
초봄을
그득 채운
반가운 너를
맨발로 맞는다
-목련 전문-
시린 발로 찾아온 목련을 맨발로 맞이하는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담았다. 민조시답게 우리말만 써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민조시이리라.
연분홍
새 각시 꽃
한발 앞서 핀
수줍음의 상징
소쩍새
쏟아낸 피
꽃잎에 묻은
그 이름 척촉화
-진달래 전문-
척촉화(躑躅花)란 꽃이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는 말이다. 이 척촉화를 끌어다 놓음으로써 꽃의 아름다움을 다 표현하였다. 여기에 민조시의 매력이 있다.
심현옥 작가의 민조시집 『설익은 추억』은 5개의 파트로 나누어 각 파트마다 24편의 시를 담아 모두 120편의 시를 실었다. 말미에 「덧붙이는 글」이 있다.
덧붙이는 글은 ‘1986년 KBS 자녀교육 수기 공모’에 은상으로 선정된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다」의 글이다.
그는 자녀를 정읍이라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하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깜짝 놀랄 일이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자녀 교육 자료인데 이제야 읽게 된 것이 참 아쉽다.
김계식 시인은 아내의 민조시집을 지인들에게 보내면서 안내 서신을 따로 보냈다.
「뿌리 짚어보기」라 이름 붙인 이 서신은 심현옥 작가의 민조시 쓰기에 대한 동기와 과정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글이다.
원석을
수천만 번
쪼고 닦은 뒤
태어나는 걸작
돌 속에
고운 얼굴
어찌 알고서
끝내 끌어내지
-석공 전문-
이제 글 쓰는 대열에 들어섰으니 석공이 돌 속에서 고운 얼굴 끌어내듯이 작품 활동 계속하여 두 번째 시집을 받아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