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의 의미를 알고 무언가 기념될 일을 하자
내일모레가 하짓날이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일 년에 단 하루만 있는 날이다.
하지는 24절기의 하나로, 열 번째 맞는 절기다. 양력으로는 보통 6월 21일이 된다.
'하지(夏至)'라는 말은 여름의 절정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가장 더운 여름날은 아니다.
24절기가 중국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절기의 이름과 실제 기후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기원전 475~221에 집필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서기 945년에 편찬된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와 서기 1281년에 편찬된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 등 여러 문헌에 의하면 하지의 기간을 5일 단위로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의 3후(候)로 구분하고 있다.

지구 지축의 기울어짐으로 인하여 하지가 생긴다
전주 지역에서 하짓날 해 뜨고 지는 시각
하짓날 전주지역에서 해가 뜨는 시각은 평균적으로 5시 15분 경이고, 해 지는 시각은 19시 50분 경이다.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14시간 35분인데 해뜨기 30분 전과, 해지고 나서 30분은 어둡지 않으므로 1시간을 더 계산하면 낮의 길이가 무려 15시간 35분이나 된다. 전주 지역에서는 하지의 평균적인 낮의 길이는 15시간 정도가 되는 것이다.
하지와 풍속
하지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하짓날 우리 조상들은 신성한 지역 또는 산이나 냇가에 제단을 만들고, 무당이 제를 관장하거나 바위나 산봉우리에 잡은 가축의 피를 뿌리고 마을 전체의 공동행사로 잡은 가축 요리와 과실, 떡, 밥, 포 등을 올려서 제사를 지냈다. 또 강원도 지역에서는 감자를 캐어 감자전을 만들어 먹었다. 이 무렵에 먹는 음식 중에는 시원한 오이냉국이 있다.
이 무렵 농촌에서는 장마와 가뭄에도 대비해야 하므로 이때가 추수 때만큼이나 바쁘다.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을 모두 이 시기에 한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 무렵에 모심기를 시작하여 하지 무렵에 끝낸다. 그리고 이때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장마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는 모내기가 거의 끝날 무렵이며, 더불어 늦보리, 햇감자와 햇마늘을 수확하고 고추밭 김매기, 늦콩 파종 등으로 논밭의 농사가 몰아쳐서 무척 바쁜 시기이다.
농촌에서는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보았고, 반대로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감자의 수확은 하지가 제철이기 때문에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하기도 하고, 햇감자를 '하지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자는 하지가 지나면 싹이 말라 죽기 때문에 하지를 '감자 환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 무렵에 수확하는 감자는 '하지감자'라 부른다
하지를 큰 명절이나 기념일로 보내는 나라들이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하지를 설 명절 다음으로 여긴다. ‘미드섬머’ 또는 ‘미스솜마르’라 부르는 이 축제는 꽃으로 장식한 기둥 아래에서 춤을 추며 전통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낮이 긴 하지를 생명의 축젯날로 생각한다.
영국에서는 ‘스톤헨지’라 하여 해맞이 하는 일을 한다.
고대 드루이드족이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전설에 입각하여 해맞이를 한다.
중국에서도 하지 무렵에 단오 행사와 겸하여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하지 기념 '미드솜마르 ' 축제
하짓날 북반구와 남반구의 차이
하짓날에는 북반구와 남반구가 상반된다.
북반구에 있어서 낮이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반면 밤의 길이는 가장 짧다.
우리나라의 하지의 평균적인 낮의 길이는 15시간 정도가 된다.
날씨도 무척 덥다. 북극에선 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 북극지방에서는 해가 동서남북으로 뱅뱅 도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남반구에서는 하짓날이 아니라 동짓날이 된다.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날씨가 추워져서 겨울로 접어들고 남극에선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고 밤만 계속된다. 그야말로 어둠 속 세상이다.
하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출이 가장 빠른 날은 아니며 일몰이 가장 늦은 날도 아니다. 이는 균시차에 의한 현상이다.
하짓날이 1년 중 가장 더운 날도 아니다. 낮의 길이는 가장 길지만 아직 지표면이 데워지지 않아서 가장 덥지는 않는다.

하지 무렵에 먹는 시원한 오이냉국
한방에서의 하지
한방에서는 하지 무렵이 되면 양기가 올라 음양의 기운이 서로 상충하게 되므로, 자칫하면 육신의 균형을 잃기 쉬운 날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격렬한 운동을 금지하고 남녀 관계도 피하며 심신을 편안하게 하도록 권했다. 몸의 균형을 잃어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을 조심하며, 경솔하게 돌아다니거나 화를 내는 것도 금기로 여겼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오월령」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한다. 음력 5월이니까 양력으로는 6월에 해당하는 계절이다.
이렇게 일 년 중에 가장 낮이 긴 하짓날인데 어떻게 지내야 할까?
그냥 하지는 하지이고 나는 나니 평소대로 지내면 되지 뭘 어떻게 지내느냐고 말하는 사람은 세상을 재미없이 사는 사람이다.
특별한 날을 만들어 놓은 것은 그날을 다른 날보다 특별히 잘 지내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날보다 조금은 다르게 지내야 한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짓날을 그냥 보내지 말고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나 하면서 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