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온몸에 퍼지는 두드러기와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어가는 상황, 이는 아나필락시스라는 응급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질병관리청이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세계 알레르기 주간을 맞아 아나필락시스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이 질환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자료: ⓒ 질병관리청, 2025 세계 알레르기 주간 포스터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음식, 약물, 곤충독 등에 노출된 후 급격하게 전신에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우유, 땅콩, 계란, 갑각류 같은 흔한 식품부터 해열진통제, 항생제 같은 일반의약품, 심지어 벌에 쏘이거나 천연고무(라텍스)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원인 물질들이 우리 일상에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증상 역시 다양하다. 입술과 구강 부종, 호흡곤란, 혈압저하, 복통과 구토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15분 내에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를 투여하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나필락시스라는 용어조차 생소하게 느낀다. 알레르기를 단순히 '좀 불편한 증상'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알레르기는 면역체계의 과도한 반응으로, 언제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자료: ⓒ 질병관리청, 아나필락시스 주요증상과 대처방법
질병관리청의 이번 캠페인은 시의적절하다. 전국 11개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협력해 퀴즈이벤트, 홍보부스 운영, 피부반응 검사 등 다각적인 홍보활동을 펼친다. 특히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공동 제작한 교육 영상은 의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신뢰성을 높였다.
하지만 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인별 맞춤형 예방관리에 있다. 이전에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사람은 반드시 알레르기 전문의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 물질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물질을 철저히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 처방과 사용법 교육도 필수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 처방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지만, 응급상황에서는 이것이 생명줄 역할을 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사용법을 숙지해두면 위급한 순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학교, 직장, 식당 등 일상 공간에서의 알레르기 유발 요소 표시 의무화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식품 라벨링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쉽게 알레르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응급의료체계와의 연계도 중요하다. 119 구급대원들의 아나필락시스 대응 교육을 강화하고, 응급실에서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 프로토콜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험급여 확대도 검토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알레르기를 '나약함'이나 '예민함'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야 한다. 이는 엄연한 질병이며, 적절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한 의학적 상태다. 환자 스스로도 자신의 상태를 숨기지 말고 주변에 알려 협조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나필락시스는 '알면' 정말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의 이번 캠페인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국민 모두가 알레르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누군가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