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송 김정길 작가의 제6수필집 『공들이기』
수필가 김정길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전북의 산하’다.
그는 전북의 산과 강을 모두 발로 밟아서 그것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김정길, 그는 전북의 김정호다.
내 고향 임실에 대해서도 그가 2018년에 펴낸 『임실의 산과 강』이 있다.
600여 쪽에 달하는 임실군 내의 산과 강에 대하여 방대한 자료와 사진을 곁들여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거기에 보면 내가 어려서부터 늘 바라만 보았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고향 주변의 산들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도록 기록해 놓았다.
그는 임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산과 강도 여러 권을 엮어내었다.
“전북의 산하”를 시군별로 엮어낸 것이다. 그의 책은 다른 책과는 다른 소중한 역사적, 지리적 자료인 것이다.
이번에 그가 낸 제6수필집 『공들이기』는 그냥 여느 수필가가 발간한 수필집과는 다르다. 작품 한 편 한 편이 모두 역사적, 지리적 자료다. 한 번 읽고 밀쳐놓을 책이 아닌 것이다.

벽송 김정길 작가의 제6수필집, 『공들이기』
저자 김정길은 『수필과 비평』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이래 한국문인협회 이사를 비롯한 많은 문학단체 회장을 역임하였다.
그러면서 산과 강에 대한 애착이 강해 손수 전북의 산과 강은 물론 전국의 산과 강을 발로 밟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모악산 지킴이 회장을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해오고 있으며 전북특별자치도 산악연맹 상근부회장을 2010년부터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그가 맡고 있는 단체의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이러한 경력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모두가 발품을 판 피와 땀의 결실이다.
김정길 작가가 『임실의 산과 강』 책을 보내주기 전에는 우리 동네 뒷산인 ‘감은산(甘隱山)’에 대해서도 그냥 동네 뒤에 있는 제법 높은 산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높이 427m의 산이며 산 중턱에 감로수(甘露水)로 불리는 약수가 있었다고 한다. 감은산(甘隱山)을 달 감(甘) 자와 숨길 은(隱)를 쓴 이유를 이것으로 알 수 있었다. 단물이 나는 샘이 숨어 있는 산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경주에는 석가탑이나 다보탑보다 먼저 만든 감은사 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김정길 작가가 펴낸 『임실의 산과 강』
감은산 아래에는 조선시대 병조 참판을 지내고 효자 정려를 받은 임국현의 묘와 재실인 지효재가 있으며 조선시대 매당 양돈이 지은 광제정도 있다. 물론 박사기념관도 감은산 아래에 있다.
내가 늘 다니던 동네 입구의 산이 동뫼산이라는 것과 자주 바라보던 냇가 건너 산이 세룡산이라는 것과 서남쪽의 숲산이라 불렀던 산이 원통산 줄기인 시루봉이라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벽송 김정길 작가가 낸 책 『공들이기』는 “매사에 탑을 쌓듯이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기 위함이라 하였다.
『공들이기』는 전체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우리 땅 전라도 천년의 풍상’은 전라도 정도 천 년을 맞아 선조들의 질곡 같은 삶과 숨결이 스민 전라도의 땅을 발품 팔아 쓴 서사시라 했다.
제2부 ‘금강산아 내 소원 들어다오’에서는 북한의 백두산과 금강산,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빼앗긴 고구려 옛땅을 둘러보고 이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였다.
3부 ‘금강, 내 삶의 이정표’에서는 전북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금강,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인천강에 대한 발원지를 찾아 강줄기를 따라 강물이 흐르듯이 답사를 하고 때로는 하류부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발원지까지 가기도 하는 여정을 통해 일제에 의해 잘못 기록된 발원지를 찾아내어 바르게 이정표를 세우고 주변 문화와 하천 지리에 대하여 재정립한 내용이 나온다.
제4부 ‘깨달음의 성지 모악산’에서는 작가가 ‘모악산 지킴이’ 회장을 맡아 ‘모악산 명산 만들기’와 ‘모악산 클린운동’을 전개하면서 모악산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역사적, 문화적 사실을 재구성하기도 하였다.
여기에서는 「천하제일 명당 김태서의 묘」가 등장한다.
김일성의 본성인 전주김씨의 시조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풍수지리 대가인 손석우 지관이 천하명당이라 불렀다는 김태서의 묘가 모악산에 있는 것이다.
제5부 ‘전주 문화의 꽃 바우설화’에서는 전주 부근에 전설로 남아 있는 장군바우, 거북바우, 중바우, 범바우, 갓바우, 괴바우, 초록바우, 각시바우, 쉰질바우에 대한 선조들의 비보풍수와 세시풍속의 설화를 담았다.
6부 ‘공들이기’에서는 지리학자 김정길에서 수필가 김정길의 글이 등장한다.
작가는 작품 「공들이기」에서 ‘매사에 탑을 쌓듯이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과 정성스럽게 불공을 드리던 모습을 각인하고 있다. 어머니 돌아가신 뒤에는 아내가 어머니처럼 불공을 드리는 모습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환영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작가가 온 산하를 발로 뛰는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그는 일찍이 전라도 • 후백제 역사 문화에 대한 『천년의 숨결』을 펴낸 적이 있다.

김정길 작가의 『천년의 숨결』
거기에는 온전한 고을 전북과 천년고도 전주, 전북 진산의 재발견, 빛고을 광주, 전남 •광주의 자연 재발견, 탐라국 제주의 재발견 등 380여 쪽에 걸쳐 전라도와 후백제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기술해 놓았다.
우리나라에는 순창 사람 신경준이 펴낸 『산경표』가 있었음에도 일제가 죽죽 그어놓은 엉터리 산맥을 해방 후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가르치고 있는 한심한 우리나라 지리 학자들의 행태에 비하면 김정길 작가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요, 이 땅의 지리학자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역사와 지리, 그리고 문화에 대하여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은 필히 김정길 작가의 책을 일독할 일이다.
그가 발간한 제6수필집 『공들이기』를 받은 인연을 감사하며 김정길 작가의 문운을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