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역 유물창고 예담고(豫擔庫)를 찾아서

친근하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박물관

작성일 : 2026-10-04 16:34 수정일 : 2026-10-06 08:44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세상에는 수많은 유물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 사라진다.

그래도 땅속에 묻혀 있는 것들은 오래 간다.

백 년도 가고 천 년도 간다.

그것을 발굴하면 유물이 된다.

 

“형님, 예담고 아직도 안 가보셨소?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입니다.”

채근대는 사람은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

그의 말을 들으면 손해 볼 것이 없다.

나에게는 궁금한 것 알려주고 기사 꺼리 제공해 주는 든든한 제보자다.

 

미안한 마음에 맘먹고 호남권역 예담고가 있는 전주시 완산구 은석길 32-134번지의 ‘전주 예담고’를 찾아갔다.

 

전주의 예담고는 제주도를 포함한 호남지역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전주-남원 간 도로인 춘향로를 따라가다가 은석마을 입구에서 은석골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호남권역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전주 예담고

 

개관 시간이 10시부터다.

이곳은 본래 전라선 철길이 지나가는 터널이었다.

전라선이 복선화되면서 새로 철길을 내고 옛 터널을 이용한 것이다.

전라선 철도가 개통될 때가 1937년이니 90년 가까이 된 터널이다.

이곳에 예담고가 자리 잡은 것은 기차 터널이어서 기온 차가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담고에는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물들이 있다.  

 

지금도 발굴은 계속되고 있다. 땅속에 그대로 두면 점점 부패하여 사라지기 때문이다.

발굴조사를 하면 많은 유물이 나온다.

그렇게 발굴된 유물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많은 유물 중 보존이 온전하고 가치가 있는 유물은 국가에 귀속되어 박물관에 보관, 전시되지만, 형태가 온전치 않고 희귀성이 적은 유물은 연구와 교육자료로 쓰기 위해 발굴조사를 진행한 기관이 별도로 관리하게 된다.

 

하지만 계속되는 발굴조사에 기관이 관리하게 되는 유물의 양이 증가하고, 체계적으로 보관,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여 이를 해소하고자 유물창고인 예담고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국가유산청과 한국문화유산협회는 갈수록 늘어나는 비귀속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보관, 관리하기 위해 전국 4개 권역에 예담고를 설치했다.

 

 박물관에 가지 못한 유물들은 예담고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예담고

 

1. 호남권역 예담고: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은석길 32-134

2. 충청권역 예담고: 대전 서구 벌곡로 818

3. 영남권역 예담고: 경상남도 함안군 산인면 산인로 194

4. 해양권역 예담고: 전라남도 목포시 내동길 25-1

 

전주 예담고는 그중의 하나다.

 

호남권역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전주 예담고에 가까이 가면 기차 터널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거기 터널 입구에 ‘호남권역 유물창고, 예담고’라는 표지판이 있다.

 

예담고를 들어서면 유물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판이 나온다.

첫 번째 안내판은 유물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유물을 찾기 위해 땅을 파는 것을 발굴이라 말하고 거기서 나온 물건을 유물이라 하며 이것을 잘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 보여주는 것을 전시라고 하며 잘 보관하는 것을 보존이라고 한다고 알려준다.

 

  유물을 발굴하고 선별하여 박물관과 예담고 갈 것을 결정한다.  

 

두 번째 안내판에서는 유물을 통하여 무엇을 알 수 있는가에 대한 안내다.

유물을 통하여 당시의 사람들의 생활 상태와 생각, 기술, 풍습을 알 수 있다.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활상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안내판은 예담고에 전시된 유물은 어떻게 활용될까이다.

발굴된 유물 중 일부는 박물관으로 이간 되어 전시되고 보존하고 나머지 유물은 연구나 교육을 위하여 발굴기관이 따로 보존한다고 한다.

 

그러나 비귀속 유물의 양이 많아져 이를 일괄 보관하기 위한 곳이 필요한데 그곳이 ‘예담고’이며 ‘편한 자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전시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기와, 항아리, 그릇, 접시 조각, 병, 도지미, 굽다리 접시, 접시굽 등 많은 유물들이 있다.

 

 예담고에는 작은 조각들이 많다. 

 

이러한 유물들이 발견되어서 이곳에 오기까지의 과정도 안내되어 있다.

발굴을 시작하면 많은 유물이 나오는데 조각 난 유물들을 흙과 이물질들을 깨끗이 씻어서 깨진 조각들을 맞춰본다고 한다.

조각을 맞출 때는 모양이나 문양 등을 잘 살펴서 맞춘다고 한다.

그리고 가치를 판단하여 박물관으로 가기도 하고 이곳 예담고로 오기도 한다.

 

 

예담고에서의 체험

 

예담고에 가면 유물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유물 조각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유물 발굴 체험, 탁본 뜨기, 유물 맞추기, 유물 그림 완성하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해볼 수 있다.

어린이와 학생, 청소년, 가족, 성인들에게 실제 유물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예장고에서는 유물 발굴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창고, 수장고

 

이곳에는 일반에게 상시 공개되는 전시실과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가 있다.

수장고에는 무려 19만 개의 유물이 바구니에 담아 보관되어 있다.

과거 기차가 달리던 신리 터널이 수많은 유물을 품은 수장고로 변신한 것이다.

이 수장고는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다.

토요일에만 개방을 한다.

 

수장고 입구에 수장고 유물 현황이 있다.

출토 지역은 호남권역인데 전북, 강주, 전남, 제주이며 유적이 출토된 곳은 430개소이며, 1,764상자에 총 19만여 개의 유물이 수장되어 있다고 한다.

 

 수장고에는 바구니마다 가득 유물들이 들어 있다. 

 

전주 예담고는 월요일을 제외한 화요일~일요일에 개관을 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는데 중간에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의 점심시간에는 개관하지 않는다.

 

 

앞으로 ‘전주 예담고’는 더 많은 유물이 들어올 것이다.

하나하나는 작고 쓸모없어 보이지만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안고 있는 유물이다.

“나도 한 때는...”

어쩌면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이곳에 있는 유물이 박물관으로 갈 경우가 있을까요?”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그럴 경우는 없을 겁니다. 이곳에 온 유물들은 이대로 이곳에 있을 겁니다.”

 

세월 가면 사람도 너와 같으리라.

그래도 너는 입 다물고 숙연하구나.

너에게서 한 수 배우고 가나니, 때가 지나면 불나간 전구처럼 빛을 잃는 것이다.

그래도 아쉬워하거나 억울해하지 말아라. 입을 굳게 다물고 자숙하여라.

 

예담고에서 아픈 조각으로 몸을 뉘이고 있는 19만의 유물들이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말이 없다.

전에 철길이었던 예담고 길을 걸어 나오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은 언젠가는 나도 너와 같은 신세가 될 나를 생각해서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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