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성분, 장과 근육의 ‘혈당 대화’ 되살릴 수 있을까

작성일 : 2026-07-16 14:20 수정일 : 2026-07-18 13:14 작성자 : 김윤옥 기자

혈당 조절이라고 하면 대부분 췌장과 인슐린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음식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장(腸)'과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근육' 사이에도 끊임없는 대사 신호가 오간다. 장이 적절한 신호를 보내고 근육이 이에 제때 반응해야 혈당 조절 체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과 중앙대학교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Tissue and Cell』(2026년)에 발표한 연구*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천마의 주요 유래 성분인 ‘살리제닌(Saligenin, 2-하이드록시벤질알코올)’이 지방독성으로 약해진 장과 근육의 대사 신호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비만이 가로막는 장과 근육의 '대화'

비만이나 고지방 식사가 지속되면 혈액 속에 유리지방산이 늘어난다. 특히 포화지방산의 일종인 '팔미테이트'가 과도하게 쌓이면 세포 기능을 망가뜨리는 '지방독성(Lipotoxicity)'이 발생한다.

이 지방독성은 근육뿐만 아니라 장에 존재하는 L세포까지 공격한다. L세포는 음식이 들어오면 인슐린 분비를 돕고 식욕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인 'GLP-1'을 분비하는 곳이다. 장이 단순한 소화기관을 넘어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L세포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방독성에 노출된 L세포는 세포 내 단백질 공장인 '소포체'에 과부하가 걸려 스트레스가 쌓였다. 동시에 세포 내부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자가포식(Autophagy)' 기능마저 떨어지면서 세포가 사멸하고 GLP-1 분비량도 급격히 감소했다. 장과 근육을 잇는 혈당 조절 신호가 끊겨버린 것이다.

 

살리제닌, 장세포의 '자체 정화 시스템'을 깨우다

연구팀은 천마 성분인 살리제닌이 이 끊어진 대화를 복원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살리제닌을 투여하자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단백질(PPARα)이 활성화되면서 세포의 청소 기능(자가포식)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L세포의 소포체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세포가 살아났고, GLP-1 분비량도 회복됐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다음 단계다. 연구진이 살리제닌을 처리한 장세포 배양액을 지방독성으로 망가진 근육세포에 적용했더니, 근육세포의 인슐린 반응과 포도당 흡수 능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장세포에서 살아난 GLP-1 신호가 근육세포의 수용체를 자극해, 근육이 포도당을 다시 잘 받아들이도록 도운 것이다.

이는 살리제닌이 근육을 직접 자극했다기보다, 먼저 장세포의 건강을 회복시켜 '장 에서 근육'으로 이어지는 혈당 신호망을 되살려냈음을 의미한다.

 

식이섬유가 '장 생태계'를 가꾼다면, 살리제닌은 '장세포'를 치료한다

흔히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발효식품이 장 건강에 좋다고 한다. 식이섬유와 발효식품이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장내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라면, 천마의 살리제닌은 장세포 내부의 스트레스 조절 경로에 직접 작용하여 세포 자체의 대사 능력을 치료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두 가지 방식은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니다. 건강한 식생활로 장내 환경을 평소에 잘 관리하면서, 특정 유효 성분으로 손상된 장세포를 보호하는 상호보완적인 접근으로 이해해야 한다.

 

주의할 점: 아직 '당뇨 치료 약물'은 아니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천마를 먹으면 당뇨병이 낫는다"라고 성급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는 생명체 내부가 아닌 배양된 세포 수준에서 진행된 기초 실험 단계(In vitro)이다.

살리제닌을 입으로 섭취했을 때 위장관을 거쳐 체내에 얼마나 흡수되는지, 실제 장의 L세포까지 유효한 농도로 도달하는지, 장기 복용 시 안전한지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시중의 천마 원물이나 가공식품 속 살리제닌 함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천마 제품을 당뇨약의 대체제로 삼거나, 복용 중인 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실제 예방 및 치료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향후 동물실험과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핵심은 '장과 근육의 연결고리'를 지키는 것

이번 연구가 던지는 진짜 메시지는 단순히 '천마가 몸에 좋다'는 데 있지 않다. 비만과 기름진 식습관이 근육뿐 아니라 장의 호르몬 조절 기능까지 망가뜨려 대사 신호망을 무너뜨린다는 경고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혈당 관리도 이 '연결고리'를 보호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장의 소포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와 발효식품을 충분히 섭취한다.

장에서 보낸 신호에 근육이 반응하게 하려면,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통해 포도당을 소비하는 근육의 양과 질을 유지해야 한다.

혈당은 단순히 검사표 위의 숫자가 아니다. 그 뒤에서는 장, 췌장, 근육, 간이 쉴 새 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복잡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결국 건강한 장이 올바른 신호를 보내고, 근육이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의 혈당 조절 체계도 비로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 note Park, S. K., Pyo, M. K., Ko, J. H., Abd El-Aty, A. M., Jeong, J. H., Lee, K. T., & Jung, T. W. (2026). Saligenin restores insulin responsiveness in lipotoxic myotubes through L-cell–derived GLP-1 via ER stress–autophagy modulation. Tissue and Cell, 103704.

 

김윤옥 기자 viator2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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