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세계를 읽다 | 초가공식품은 뇌까지 바꿀까? 뇌 건강을 둘러싼 새로운 경고

작성일 : 2026-08-06 08:54 수정일 : 2026-08-06 10:13 작성자 : 한송 기자

 

햄과 소시지, 탄산음료, 감자칩, 즉석식품, 냉동 간편식. 현대인의 식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러한 음식들은 대부분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s)으로 분류된다. 초가공식품은 단순한 보존이나 조리를 위한 가공을 넘어, 산업적 공정을 거치며 향료·감미료·유화제 등 다양한 첨가물이 사용되고 원재료의 구조가 크게 변형된 식품을 말한다.

 

그동안 초가공식품은 비만, 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대사질환과 관련된 식생활 요인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 연구에서는 관심 영역이 뇌 건강과 인지기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음식이 체중뿐 아니라 뇌 노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국제 학술지 Nature Reviews Endocrin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초가공식품과 건강 위험에 대한 최신 연구를 종합하며, 초가공식품 연구가 단순히 영양 성분의 문제를 넘어 식품의 가공 과정 자체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연구진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대사 이상, 만성 염증, 장내 미생물 변화 등 다양한 생물학적 경로와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변화가 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영국 UK Biobank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대사 건강 지표의 변화와 함께 뇌 구조와 관련된 차이가 관찰됐다. 이러한 결과는 초가공식품이 단순히 체중 증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식욕 조절과 보상 체계 등 뇌 기능과 관련된 생물학적 과정과도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결과를 곧바로 "초가공식품이 뇌를 손상시킨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현재까지 발표된 많은 연구는 특정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장기간 추적하는 관찰연구(Observational Study)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찰연구는 생활습관을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고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건강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 방법으로, 실제 생활 속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인과관계를 확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2026년 국제 학술지 BMJ 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에서는 기존 연구를 종합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인지기능 저하와 경도인지장애, 치매 위험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다만 현재까지의 근거 대부분이 관찰연구에 기반하고 있어 초가공식품이 치매를 직접 유발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으며,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가공식품과 뇌 건강의 연결고리로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는 만성 염증과 대사 변화.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은 일반적으로 식이섬유가 부족하고 정제 탄수화물, 당류, 포화지방,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식습관은 혈당 조절 이상과 인슐린 저항성, 염증 반응 증가와 관련될 수 있으며, 이는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서도 중요한 위험 경로로 다뤄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생물학적 변화가 실제 치매 발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하나의 주요 연구 분야는 -뇌 축(gut-brain axis)이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 조절과 대사 과정에 관여하며, 최근 연구에서는 장내 환경 변화가 뇌 기능과 신경 염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초가공식품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모든 초가공식품을 동일한 위험 식품으로 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식품의 가공 정도를 분류하는 기준에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있으며, 초가공식품 안에서도 영양 구성과 제조 방식에 따라 건강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초가공식품이 치매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섭취가 장기간 건강에 불리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는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 보건기구들도 식생활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 보건기관들은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등 자연 상태에 가까운 식품의 섭취를 늘리고, 당류·나트륨·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식생활을 권고하고 있다.

 

음식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식습관은 수십 년 뒤 우리의 심장과 혈관, 그리고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늘의 식탁이 미래의 건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 보라는 것, 그것이 초가공식품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용어 풀이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s)
산업적 공정을 거치며 향료·감미료·유화제 등 다양한 첨가물이 사용되고 원재료의 구조가 크게 변형된 식품을 말한다.

관찰연구(Observational Study)
연구 대상자의 생활습관이나 노출 요인을 조작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특정 요인과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
특정 주제와 관련된 여러 연구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수집하고 평가해 현재까지 축적된 과학적 근거를 종합하는 연구 방법이다.

 
한송 기자 boriann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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