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산과 계곡, 캠핑장 등 야외로 향하는 사람이 늘면서 벌쏘임과 뱀물림 사고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벌쏘임은 7월부터 증가해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뱀물림 위험도 여름철 야외활동과 농작업이 활발해지면서 높아진다.
문제는 여름휴가가 끝난 뒤다. 무더위가 누그러지면 벌쏘임과 뱀물림의 위험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위험은 가을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9월을 전후해 벌초와 제초, 농작물 수확이 집중되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산소와 집 주변을 정리하는 활동도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중·고령층의 벌쏘임과 뱀물림 사고가 두드러진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5년간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벌쏘임의 71.9%, 뱀물림의 56.8%가 7∼9월에 집중됐다. 벌쏘임은 여름철 여가활동 중 많이 발생하지만, 9월에는 벌초와 농작업 중 사고가 늘어난다. 뱀물림은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속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5년간 벌쏘임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총 3,405명이었다. 이 가운데 77명이 입원했고 15명이 사망했다. 환자는 남성이 64.6%로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60대와 50대의 비중이 높았다. 사고는 주말과 낮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집중됐다.
벌쏘임을 등산이나 캠핑 중에만 발생하는 사고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고 당시 활동은 음료를 마시는 것을 포함한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36.8%로 가장 많았다. 여가활동이 23.1%, 업무가 21.2%로 뒤를 이었다. 발생 장소도 야외·강·바다뿐 아니라 도로와 집, 농장 등 생활공간 전반에 걸쳐 있었다.
여름철에는 휴가지와 공원, 야외 체험장 등에서 위험이 커진다. 단 음료와 음식물 주변으로 벌이 접근할 수 있으므로 마시던 캔이나 병을 방치하지 말고, 다시 마시기 전에는 벌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을에는 위험의 양상이 달라진다. 7∼8월에는 10대와 30대의 야외 여가활동 중 사고가 두드러졌지만, 9월에는 40대 이상에서 벌초나 농작업 등 야외 무보수 작업 중 벌쏘임이 많았다.
벌초를 시작하기 전에는 묘소 주변의 벌집 여부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 벌집을 발견하면 직접 제거하려 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물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작업할 때는 향이 강한 화장품이나 향수를 피하고, 검은색보다 밝은색의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최근 5년간 뱀물림 환자는 총 665명이었다. 벌쏘임보다 발생 건수는 적었지만, 환자 400명이 입원해 입원율이 60.2%에 달했다. 뱀에 한 번 물리면 단순한 상처를 넘어 상당한 치료와 관찰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뱀물림은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0.2%, 70세 이상이 24.5%, 50대가 18.2%로, 50대 이상이 전체의 72.9%를 차지했다. 특히 9월 발생 환자의 72.6%가 50세 이상이었다.
이는 뱀물림이 고령층의 농작물 수확, 제초, 화단 정리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고령층에서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농업시설에서 일하던 중 뱀에 물리는 사고가 지속됐다. 60대는 7월과 9월 농장 업무 중 사고가 많았고, 70세 이상은 7∼9월 내내 농업시설에서 업무 중 발생한 사고가 가장 많았다.
뱀은 깊은 산속이나 논밭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뱀물림 사고의 14.7%는 집에서 발생했으며, 집에서 발생한 사고 중 60.2%는 정원이나 마당에서 일어났다. 창고와 분리수거장 같은 집 주변의 옥외공간도 위험 장소였다.
따라서 밭일뿐 아니라 마당의 풀을 뽑거나 화분과 농자재, 폐목재, 돌무더기를 정리할 때도 장갑과 장화를 착용해야 한다. 풀숲이나 농작물 사이에 손을 바로 넣지 말고, 긴 막대 등으로 주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벌에 쏘인 뒤 벌침이 피부에 남아 있다면 손가락이나 핀셋으로 집어 올리기보다 신용카드와 같은 평평한 물건으로 피부 표면을 밀어 제거한다. 이후에는 해당 부위를 깨끗이 씻고 냉찜질을 해 통증과 부기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호흡곤란, 전신 두드러기, 입술이나 혀의 부종, 어지럼증, 식은땀과 같은 과민반응이 나타나는지 살펴야 한다. 이런 증상은 생명을 위협하는 아나필락시스일 수 있으므로 지체하지 말고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뱀을 발견했을 때는 종류를 확인하거나 잡으려 하지 말고 즉시 거리를 두고 대피해야 한다. 뱀에 물렸다면 환자를 안정시키고 물린 부위의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물린 부위는 심장보다 낮은 위치에 두고, 반지나 시계처럼 부종이 생겼을 때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는 물건은 미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
상처를 칼로 째거나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 약초를 찧어 바르거나 술과 카페인을 마시는 것도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가능한 한 빨리 119에 신고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한다.
벌쏘임과 뱀물림은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자연환경의 위험이다. 그러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와 장소, 활동이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캠핑과 등산, 물놀이 등 야외 여가활동을 할 때 주의해야 한다. 가을철에는 벌초와 제초, 수확, 마당과 창고 정리 과정에서 위험이 커진다. 특히 오랜 농사 경험이 있더라도 보호장비를 생략하거나 혼자 작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긴소매 옷과 긴바지, 장갑과 장화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벌침과 뱀 이빨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이어지는 야외활동의 계절, 작업을 시작하기 전 주변을 먼저 살피고 보호장비를 제대로 갖추는 작은 습관이 큰 사고를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