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 근육만 변할까…몸속 장기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작성일 : 2026-08-19 11:55 수정일 : 2026-08-20 16:22 작성자 : 김윤옥 기자

운동을 하면 우리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흔히 운동의 효과를 칼로리 소비와 체중 감소, 근육 증가로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운동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운동은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동이 아니라 근육과 지방, 간, 장, 뇌 등 여러 장기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게 만드는 전신 생리 반응​이라는 것이다.

 

 

3분의 전력운동과 90분의 중강도 운동, 몸은 다르게 반응했다

최근 학술지 Cell Reports Medicine에 발표된 연구(Olsen et al., 2026)는 스프린트 인터벌 운동(SIE)과 중강도 지속운동(MIE)이 혈액 속 단백질과 대사물질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비교했다.

 

연구에 사용된 SIE는 30초 전력 사이클링을 6차례 반복하는 방식으로 실제 고강도 운동시간은 약 3분이었다. 반면 MIE는 90분 동안 지속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이 혈액에서 측정한 2,884개의 단백질 가운데 SIE 직후에는 714개, 약 4분의 1이 유의하게 변했다. 반면 MIE 직후 변화한 단백질은 7개였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반응의 시간표였다. SIE에서는 운동 직후 단백질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가 빠르게 줄어든 반면, MIE에서는 일부 반응이 몇 시간 뒤에 나타났다. 즉 두 운동은 단순히 효과의 크기가 다른 것이 아니라, 몸에 만들어내는 생체신호의 양상 자체가 달랐다.

 

운동 강도가 바꾸는 ‘몸속 신호’

대사물질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나타났다.

SIE 직후에는 젖산(lactate), 피루브산(pyruvate), 숙신산(succinate), 말산(malate) 등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물질이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운동 후 생성되는 대사물질로 알려진 Lac-Phe도 증가했다.

 

반면 MIE에서는 즉각적인 변화보다 시간이 지난 뒤 지방산 계열 대사물질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운동 직후 변화한 대사물질은 31개였지만 3시간 뒤에는 183개로 늘었다.

 

이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운동을 평가하는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운동은 주로 ‘얼마나 오래 했는가’,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비했는가’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운동 강도에 따라 몸이 만들어내는 생체신호의 종류와 크기뿐 아니라 신호가 나타나는 시간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운동의 효과를 이해하려면 이제 운동시간과 칼로리뿐 아니라 운동이 어떤 생리적 신호를 만들어냈는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근육은 움직이는 기관이자 ‘신호를 보내는 기관’

특히 주목할 부분은 근육의 역할이다.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조직이 아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을 비롯한 여러 조직에서 단백질과 대사물질이 방출되고, 이 물질들은 혈액을 따라 다른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운동 반응성 신호물질을 포괄적으로 ‘엑서카인(exerkine)’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운동 강도에 따라 근육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에도 차이가 생길 가능성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운동 전후에 채취한 혈장을 사람의 지방세포에 처리했더니, SIE 후 혈장은 지방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광범위하게 변화시켰다.

 

이는 운동으로 만들어진 혈액 속 신호가 지방조직과 같은 다른 장기의 대사 반응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진은 운동 강도가 인간의 secretome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서로 다른 장기 사이의 소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결국 운동은 근육 하나만의 사건이 아니다.

근육에서 시작된 자극이 혈액을 통해 다른 조직으로 전달되고, 그 신호를 받은 장기가 다시 대사 반응을 조정하는 ‘장기 간 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운동으로 만들어진 신호, 대사질환과도 연결됐다

연구진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운동 후 변화한 단백질을 영국 바이오뱅크의 대규모 질병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비만·제2형 당뇨병·대사질환에서 낮은 질병 위험과 연관성을 보인 단백질 33개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32개가 SIE에서 조절된 단백질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해석상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결과는 “고강도 운동이 이 단백질들을 증가시켜 당뇨병이나 비만을 예방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이 아니다. 운동 후 변화한 단백질들이 대규모 인구자료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질병 위험과 연관되어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이번 연구는 참가자 수가 적고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SIE와 MIE의 운동시간도 크게 달랐다. 따라서 3분의 고강도 운동이 모든 사람에게 90분의 중강도 운동보다 우수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 역시 소규모·남성 편향 표본 등을 주요 한계로 지적했다.

 

특히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자, 운동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 논문 속 전력질주 방식의 운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운동 강도는 개인의 체력과 건강상태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운동의 가치는 ‘얼마나 태웠는가’를 넘어선다

이번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고강도 운동과 중강도 운동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좋은지를 가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운동의 종류와 강도가 달라지면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신호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장기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운동은 칼로리를 태우는 행위만이 아니다.

운동은 근육과 지방, 간과 장, 뇌와 면역계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도록 만드는 강력한 생리적 자극이다.

 

따라서 앞으로 운동의 효과를 바라볼 때도 ‘오늘 몇 분 걸었는가’, ‘몇 kcal를 소비했는가’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그 운동이 몸에 어떤 자극을 주었고, 우리 몸이 그 자극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운동의 진짜 효과는 운동이 끝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운동을 멈춘 뒤에도 몸속에서는 장기들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

 

 

 

김윤옥 기자 viator2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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