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기어 나올 마지막 기회다
오늘이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24절기 가운데 세 번째 절기다.
엊그제가 입춘(立春)이었는데 벌써 세 번째 절기를 맞은 것이다.
그동안 게으름을 피웠던 사람은 정신을 차려볼 만한 날이다. 이대로 계속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면 계속 땅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벌레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경칩이 되었는데도 밖으로 나오지 못한 벌레는 죽은 벌레다.
사람들이 미물이라고 하찮게 여겼던 벌레들도 밖으로 나오는데 사람이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면 오늘 경칩을 맞이하여 달라져야 한다.

경칩에는 개구리만 깨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깨어나야 한다.
우선 금년 1월 1일에 작정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그동안 2달, 64일이 지나가도록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자.
지금까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도 실천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의 기회가 있다.
경칩(驚蟄).
벌레도 땅속에서 기어 나온다는 경칩을 맞이하여 나도 기어 나와야겠다고 다짐을 해보자. 왜 실천하지 못했는지 돌아보자. 너무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닌지, 실천하지 못할 계획은 아니었는지 살펴보고 실천 가능한 작은 계획으로 수정하여 실천해 보자.
경칩(驚蟄)의 경(驚) 자는 놀랄 경(驚) 자다.
놀라다, 동요하다, 일어서다, 신속하다는 뜻이 있다.
칩(蟄) 자는 숨을 칩(蟄) 자다.
숨다, 고요하다, 틀어박혀 나오지 않다, 겨울잠을 자는 벌레라는 뜻이 있다.
경칩(驚蟄)은 글자 겨우내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하던 동물들이 벌써 봄이 왔다는 것을 알고 놀라서 깨어나서 신속하게 밖으로 나온다는 날이다.
경칩을 맞이하여 사람도 깨어날 일이다.
지금까지 잠을 자듯이 안일하게 게으름을 피운 사람은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오듯이 변화를 추구하라는 말이다.

개구리가 사람도 깨어나는지 지켜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경칩을 중요한 날로 생각하였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날로 삼았다.
경칩에는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였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하였다. 옛날에는 빈대가 심했다. 그래서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경칩 무렵에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한다.
농촌에서는 경칩에 보리싹의 성장을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였다.
또한,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를 베어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셔서 건강을 회복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개구리들이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으면 그 알을 가져다 먹기도 하였다. 개구리알은 몸을 보하고 허리 아픈 데 좋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알을 건져 먹기도 하였다.
경칩(驚蟄).
만물의 영장인 사람인 우리가 벌레만도 못해서는 안 된다.

개구리가 말한다. 인간, 당신네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라고.
그동안 나태했던 마음을 추슬러서 개구리가 땅속에서 기어 나오듯이 게으름 속에서 기어나와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하자.
금년 새해에 결심했던 일을 다시 실천에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