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녀들에게 이런 일 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그때는 그것이 죄인 줄 몰랐다.
그냥 재미있는 놀이였고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개구리 잡아 보릿대 꺾어 항문에 꽂아 바람 불어넣던 일. 그래서 도망가려고 팔딱 뛰다가 나뒹굴면 하하하 웃으며 좋아했던 일, 그보다 더 큰 죄는 바람이 가득 찬 개구리를 발로 밟아 뻥 소리 나게 했던 일.

어렸을 때, 개구리에게 지은 죄가 많았다.
잠자리 잡아 꽁무니에 밀대 꽂아 날리던 일. 그 잠자리 밀대 꽂고 날아다니느라 얼마나 아프고 힘이 들었을까.
풍뎅이 잡아 다리를 절반쯤 자르고 목을 몇 번 비틀어 뒤집어 놓고 손바닥으로 땅바닥 탁탁 치면서 ‘손님 왔다, 마당 쓸어라’ 괴롭히던 일.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풍뎅이가 날개를 퍼덕이며 정신없이 뱅뱅뱅 돌면 잘한다고 손뼉 치며 좋아하던 일.

풍뎅이는 아무 죄없이 고통을 당했다.
개미가 둥글게 흙을 쌓아 놓으면 그것을 깔때기 삼아 개미구멍에 오줌 싸던 일. 곤충들은 본능적으로 비가 올 것을 알 텐데, 맑은 하늘에 느닷없는 소나기, 그것도 뜨거운 소나기였으니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까.
시원스럽게 나무에 매달려 맴맴 울던 매미를 잡아다가 실로 다리 묶어 뱅뱅 맴을 돌려대던 일. 어쩌다 다리 하나 떼어내고 달아나던 놈은 그래도 운이 좋은 놈이었지.
뱀만 보면 까닭 없이 돌을 들어 던지던 일. 그리고 막대기로 죽을 때까지 마구 때리던 일. 죽은 뱀을 길가에 길게 늘어놓거나 막대기에 걸쳐 들고 다니면서 겁 많은 여자애들 괴롭히던 일. 뱀을 보고 놀란 여학생들이 소리 지르면 겁쟁이라고 놀려대던 일.

뱀만 보면 돌 던지고 막대기로 때렸던 일도 죄는 죄다.
장날 오후가 되면 장꾼들이 고개를 넘어온다는 것을 알고 장꾼들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길가 땅벌 집에 돌 세례 퍼붓고 저만큼 달아나 땅바닥에 엎드려 저는 벌에 쏘일까 봐, ‘꼬꼬댁 꼬꼬’ 닭소리 내면서 벌에 쏘여 쩔쩔매는 장꾼들을 킥킥 웃으며 구경하던 일. 그 사람들 속에는 이웃집 당숙모도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죄인 줄 몰랐다.
개구리는 힘없는 장난감. 개구리 잡아 물속에다 돌로 뒷다리 눌러 놓던 일. 그 개구리 수없이 버둥거리다가 숨 막혀 죽었을 텐데…….
논에 난 피를 뽑아 끝만 남기도 떼어낸 후, 침 발라 개구리 앞에서 흔들흔들하면 먹이인 줄 알고 팔딱 뛰어 물면 쭉 잡아 올려 높은 곳에서 떨어지게 했던 일.
지붕 밑의 참새 새끼, 나무 위의 까치 새끼, 덤불 밑의 꿩 새끼... 털도 안 난 그것들을 잡아다가 키우겠다고 사람 먹는 밥을 억지로 먹여 며칠 후에 죽게 했던 일.
무더운 여름 신나게 물놀이하다 보면 뜨겁게 달구어진 물로 죽어 있던 고무신 속의 피라미 새끼들.
자라 잡아다가 일부러 뙤약볕 모래밭에 뒤집어 놓고 집으로 갔다가 다음 날, 죽었나 살았나 건드려 보았다가 살아 있으면 물속에 놓아주고 죽어 있으면 모래 속에 파묻어 주던 일. 죽은 놈은 물론이지만 살아 있는 놈의 고생이 얼마나 컸을까.

피라미 잡아 고무신 속에서 죽게 했던 죄도 있었다.
파리 잡아 날개 떼고 북북 기어만 다니게 했던 일. 그것도 빠르게 기어다니는 놈은 다리를 한 개 더 떼어내 천천히 기어다니게 했던 일. 그것도 모자라 두 놈을 싸움까지 시켰던 일.
장대 끝 쪼개어 버팀목 질러놓고 거미가 애써서 지어놓은 거미집에서 거미줄 모조리 거두어다가 잠자리, 매미 잡던 일. 그 거미는 다시 집을 짓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애써 지어놓은 거미줄을 모조리 걷우어 갔던 죄도 있었다.
어찌 갓난아기 때 어머니의 젖을 아프게 빨았던 것만 모르고 저지르는 죄가 되리오.
나 때문에 죄도 없이, 영문도 모르고 곤욕을 치르다가 죽어간 수많은 곤충들, 작은 새와 벌레들.
그들에게 어떻게 사죄하리오.
태초에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으면서부터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원죄가 있다고 하였다. 태초에 아담이 저지른 죄가 왜 내 죄가 되느냐고 항변하던 나는 이제야 나의 죄가 큰 것임을 알겠다.
어머니가 뜨거운 물을 바로 수채에 붓지 않고 식혀서 버렸던 것을 보았으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죄 된 일을 무던히도 저질러댔으니 내 죄가 얼마나 클까?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놀이들이, 모두 죄였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무던히도 둔한 사람이다. 어쩌면 이것도 죄 아닐까?
그때 저질렀던 죄를 어찌 갚으리오. 어떻게 보상하리오.
벌레 한 마리라도 죽이지 말 일이다. 괴롭히지 말 일이다. 길 가다가 혹여 개미 한 마리라도 밟을세라 조심히 다닐 것이다. 나에게 달려드는 파리나 모기라도 죽이지 말고 쫓아내기만 할 일이다.
나의 원죄는 크고도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