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서 신간 『착한 염증 나쁜 염증』서평

무분별한 항염 처방 대신 내 몸의 방어군을 다스리는 법을 익혀야

작성일 : 2026-05-26 06:27 수정일 : 2026-05-26 08:44 작성자 : 이상희 기자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건강 이슈는 염증에 관한 것인 것 같다. 그런데 피곤해도 염증 탓! 살이 쪄도 염증 탓! 아프면 염증 탓! 뭐든 ‘염증이 문제’라는 식으로 염증은 건강을 망치는 주범으로 오인 되고 있다. 항염 식단부터 영양제, 생활 습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강 담론이 염증으로 귀결되지만, 정작 염증에 관한 정확한 지식은 부족한 편이다.

 

사실 염증의 본질은 우리 몸을 지키는 방어 기전으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격퇴하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면역 반응은 생존에 필수적인 반응이다. 문제는 이 반응이 제때 멈추지 않을 때 발생한다. 임무를 마친 염증이 사라지지 않고 만성화되는 순간, 전신을 공격하는 ‘나쁜 염증’으로 돌변하여 암, 치매, 심혈관 질환 등 치명적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가 신간 『착한 염증 나쁜 염증』(웅진지식하우스)을 오는 4월 24일 출간했다. 뇌졸중과 염증 연구를 30여 년간 이어 온 저자가 일반 독자를 위해 쓴 세 번째 대중서다. 저자는 는 신간 『착한 염증 나쁜 염증』을 통해 염증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과학적 사실로 풀어냈다.

 

그동안 염증은 주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이승훈 교수는 염증은 우리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방어 기전이며, 손상과 회복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만성 염증이 진행되는 과정과 몸이 보내는 주요 신호를 설명하고, 식사·수면·운동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저자 이승훈 교수는 뇌졸중 및 뇌혈관 질환 분야의 권위자로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기초·임상 연구 논문이 200여 편에 이른다. 2014년 미국심장학회·뇌졸중학회 석학회원(Fellow of the AHA)으로 선정됐으며, 서울대 심호섭의학상, 유한의학상 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보건복지부 및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표창 등을 수상했다.

또한 나노자임 기반 뇌졸중 치료제 개발을 선도해 왔으며, 현재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 원장, 신경약물임상시험학회 회장,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자는 수십 년간 임상 현장과 연구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염증이 우리 몸을 파괴하는 공격자로 돌변하기 전의 신호를 포착하여 알려준다. “질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된 염증이 쌓아 올린 결과다”라는 저자의 충고는 무분별한 항염 처방 대신 내 몸의 방어군을 제대로 다스리는 법을 익혀야 하는 새로운 전환을 제시한다.

 

염증은 본래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를 한곳으로 집중시켜 문제를 해결하고, 임무를 완수하면 깨끗이 회복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떠나야 할 염증이 몸속에 눌러앉을 때 시작된다. 해결되지 못한 대사 노폐물과 지속적인 자극이 뇌와 심장의 혈관 속에 만성 염증을 고착시키고, 결국 방어 기제는 나를 공격하는 질병의 경로로 변질된다.

 

이 책은 바로 그 결정적 연결 고리를 추적하여 아물지 않는 염증이 혈관벽에 만성적인 손상을 입혀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과정부터, 반복되는 세포 손상과 복구의 오류가 유전자 변이를 유도해 ‘암’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내는 과학적 메커니즘을 상세히 담았다. 특히 뇌졸중 권위자가 직접 파헤치는 뇌 노화와 염증의 상관관계는 치매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예방 지침이 될 것이다.

 

저자는 염증을 단번에 없애는 대체요법이나 항산화제, 오메가-3, 허브 추출물이 만성 염증의 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과학적 기반에 근거한 관리와 예방으로 건강의 방향을 바꾸는 법을 알려 준다. 결론적으로 염증은 단순히 줄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조절해야 할 ‘상태’다. 문제의 핵심은 특정 음식이나 하나의 습관이 아니라, 과잉 영양과 반복된 자극, 그리고 회복이 사라진 생활 구조 전반에 있다.

 

이 책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피하라”는 식의 단편적인 지침을 나열하는 대신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현재 몸의 염증 단계는 어디인지, 그 상태가 왜 지속되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끊어내야 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해 준다.

 

염증의 만성화를 막는 골든타임인 0~1단계부터, 이미 장기 손상이 시작된 2~3단계까지 각 상황에 맞는 의학적 가이드라인은 내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읽어내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주체적인 건강 독립’의 기준을 제시한다. 염증으로 인한 질환들을 이해하고 진단-처방-관리를 통한 단계별 맞춤 솔루션을 통해 항생제의 남용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소 해방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희 기자 seodg1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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